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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재해보험 제도 개선 필요하다
2020년 10월 22일(목) 00:00
기 영 윤 농협 구례교육원 교수
미래의 불안에 대비하려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그 불안은 인간으로 하여금 미지의 신을 찾게 하고,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 부담을 나누는 각종 제도를 만들게도 했다. 우리의 전통적인 상호 부조 제도인 계(契) 역시 미래에 닥칠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서구에서는 이미 기원전 3세기에 일종의 상호 부조 조합인 ‘에라노이’(Eranoi)가 그리스에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 사회가 성립되면서 불안이 있는 곳, 즉 인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자리 잡은 것이 보험이다. 신체와 생명의 불안, 재산상의 불안 등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극복하자는 기획이었다. 문제는 불안이 현실화되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험 가입을 꺼리거나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에 불만을 갖기도 한다. 핼리 혜성을 발견한 핼리가 인간의 수명에도 대수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핼리의 사망표를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오늘날의 생명 보험이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인간의 수명보다 더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것이 농업이다. 농업은 자연을 등질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기후와 알 수 없는 병해충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기후 변화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유례없는 긴 장마와 홍수가 있었고, 몸집이 커진 태풍이 몇 차례나 덮쳤다. 꽃이 필 시기에 내린 서리와 우박 등 자연재해가 예년보다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농가 경영 활동의 큰 위협 요인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농산물 생산마저 위협한다.

그래서 생명 산업이라는 농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재해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를 위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오래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자연재해에 따른 농가의 경영 위험과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농작물 재해보험을 적극 활용해 왔다.

우리의 경우 농작물 재해보험 도입이 이제 20년이 되었지만 가입률이 매우 낮다. 올해 7월 말 현재 보험 대상 60여 개 농작물의 보험 가입률은 평균 41%에 그쳤다. 게다가 품목별 격차도 심해 가입률이 50%를 넘는 것은 사과, 배 등 다섯 개에 불과하다. 농업인들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받는 보험금이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낮기 때문에 가입을 꺼린다고 말을 한다. 또한 재해가 잦은 지역의 농가에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더 받는 지역 할증률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연재해가 농업인의 과실도 아닌데 자동차 보험처럼 농업인에게 과실 책임을 묻는 겪이라는 불만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한 정부의 정책 보험이다. 동시에 운영은 민간이 하는 민영 보험이라는 이중성을 안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최대한 적게 내고 보험금은 최대한 많이 받으려 한다. 민영 보험사는 어떤 경우에도 손실은 피하려 한다. 시장의 딜레마다. 민간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년도 농업재해보험 예산은 4388억 원으로 올해보다 오히려 406억 원이나 적게 책정되었다. 농업재해보험을 마치 농가 소득 보전 정책으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농업재해보험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장에 맡겨두기 보다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안정적인 농업 생산의 관점에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재해로 인해 농업에 닥친 위기는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