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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
2020년 10월 14일(수) 00:00
과거 농경사회에서 농사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했다. 빗물에 의지해 경작하는 천수답(天水畓)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농사를 망치는 일이 허다했다. 이 때문에 남의 논물을 몰래 빼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자기 논에 물을 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을 자기에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해 갑자기 ‘나훈아 아전인수’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한 방송사의 언택트 공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가수 ‘나훈아’의 소신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제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가수 나훈아는 공연 도중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면서 ‘의사분, 또 간호사 여러분이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속 시원하게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라고 해석했고, 여권에서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맞섰다.

나훈아의 언택트 공연은 코로나 사태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특히 노 개런티로 공연에 나선 나훈아에 국민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고,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가황(歌皇)의 공연에 환호했다. 그리고 ‘나훈아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억눌리고 지친 국민들에게 나훈아 공연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마저도 가만두지 않았다. 나훈아의 공연보다는 그의 몇 마디 발언을 놓고 자신들 진영에 유리하게 해석하며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이 때문에 9개월 남짓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의 힐링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이를 보면서 가수들도 국민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데 도대체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묻고 싶어졌다. ‘내로남불’의 편 가르기 정치를 벗어나 어려운 국민들을 위로하는 정치는 언제쯤에나 이뤄질 수 있을는지.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