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백남준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 계단 벽에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의 ‘비디오 산조’가 설치돼 있다. 이 작품은 12인치 브라운관 모니터 83대를 계단 형태에 맞춰 엇비슷하게 설치됐다. 사용된 모니터는 1990년대 생산된 제품이라 청와대 주요 행사에 맞춰 부정기적으로 작품이 상영된다. 생산이 중단된 전자기기를 쓴 탓에 백남준의 국내외 작품을 매일 감상할 수는 없지만 ‘작품이 놓여 있는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이에 제자 등은 동남아 등지를 돌며 백남준이 사용한 전자기기를 중고로 매입한 뒤 작품을 교체·수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백남준의 ‘비디오 산조’를 관리하는 모습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지난 3월 1일~4일까지 ‘비디오 산조’ 작품 바로 아래에 대통령의 활동 영상을 상영하는 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다행히 ‘비디오 산조’를 철거하지는 않았지만 작품 바로 아래에 대형 전광판을 붙여 놓았다.
미술계 인사들은 영상 작품인 ‘비디오 산조’ 밑에 강한 빛의 다른 영상을 내보내는 대형 전광판을 설치한 것은 “촛불 옆에 서치라이트를 켠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한 공립 미술관 관장은 “청와대 계단 형태에 맞춰 설치한 조형적 의도가 있는데 전광판을 그 곳(작품과 계단 사이)에 설치하면 작품의 의도가 사라져버린다”면서 “국내외 귀빈이 출입하는 곳에 대한민국 미술인 중에 가장 유명한 백남준 선생님 작품을 이렇게 관리할 수 있느냐”며 혀를 찼다.
공사를 하면서 작품에 대한 보호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벽면에 구멍을 뚫으면서도 ‘돌 타공 작업에 따른 심한 소음 및 분진 발생’에 대한 안내 문자만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이와 관련된 질의에 청와대는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한 진동과 분진 탓에 작품이 손상됐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보안 때문에 방치되다시피한 작품 사진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어 ‘청와대의 예술 수준(?)’을 백남준을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공사를 하면서 작품에 대한 보호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벽면에 구멍을 뚫으면서도 ‘돌 타공 작업에 따른 심한 소음 및 분진 발생’에 대한 안내 문자만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이와 관련된 질의에 청와대는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한 진동과 분진 탓에 작품이 손상됐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보안 때문에 방치되다시피한 작품 사진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어 ‘청와대의 예술 수준(?)’을 백남준을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