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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2020년 10월 13일(화) 00:00
지난 추석 연휴에 느닷없이 소크라테스가 소환당했다. 기원전 5세기경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가 21세기 한국 사회 한복판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를 불러낸 이는 가수 나훈아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2TV 단독 콘서트에서 최근 발매한 신곡 ‘테스 형!’을 공개했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며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오늘이 고맙기는 해도 내일이 두렵다”라는 가사로 고단한 삶을 노래했다.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두려운 현실’을 담은 이 노래에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도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당장, 음원 스트리밍이 폭증하고 유튜브 채널에선 ‘테스 형!’ 커버송(따라 부르기)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또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는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도 이 노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스 형’은 정치권도 뒤흔들었다. 정치권 인사들이 SNS를 통해 나훈아 공연에 대한 소감을 앞다투어 전하며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또 나훈아가 공연에서 “이 나라는 바로 여러분이 지켰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정치적으로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발언에 야권 인사들은 정부 비판적이라는 주장을 한 데 비해 여권 인사들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추석 달에 담긴 민생의 어려움을 보는 대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며 왈가왈부한 셈이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무지한 체하면서 질의와 응답을 반복함으로써 진리를 자각하도록 이끄는 ‘문답법’으로 유명하다. 무지를 가장했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아이러니’라고도 불린다. 인공지능 시대에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것도, 21세기에 소크라테스가 느닷없이 소환당한 것도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은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인지도 모른다. 어려운 시대,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뒤돌아보며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함께 미래를 열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