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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내규 들어 툭하면 비공개 처분에 ‘제동’
“검찰보존사무규칙은 행정규칙 불과…공개 거부 근거 안돼”
2020년 09월 16일(수) 00:00
검찰이 사건 관련자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는 주요 근거로 삼아오던 검찰보존사무규칙과 관련, 법원이 또다시 ‘효력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위법’ 판결이 잇따르면서 검찰이 사건 기록을 공개하거나 비공개하는데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살피거나 따져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법 행정 2단독 이은정 부장판사는 A씨가 광주지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검찰의 내규에 불과한 검찰보존사무규칙은 A씨의 사건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본인이 고소해 무혐의 처분된 사건 기록을 열람·등사하겠다는 청구 신청을 냈다가 검찰보존사무규칙에 따라 검찰이 ‘불허’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검찰이 사건기록 공개 거부의 근거로 삼는 검찰보존사무규칙(22조)은 법무부령으로 ‘사건관계인의 명예,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거나 ‘수사방법의 기밀이 누설되거나 불필요한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사건 기록의 열람·등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검찰보존사무규칙은 법률상 위임 근거가 없는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며 “해당 규칙이 열람ㆍ등사를 제한한 처분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은 또 일부 개인정보를 제외하면 A씨가 공개를 요구한 내용의 경우 검찰 주장과 달리, 정보공개법(9조 1항 4, 6호)에 따른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거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비공개대상 정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 뿐 아니라 법원은 검찰사무규칙을 통한 열람·등사 불허 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광주지법 행정 1단독 서효진 부장판사도 지난 4월 H보험사가 광주지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같은 점을 들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H보험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분된 데 따라 해당 사건 기록의 열람 등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 했다.

법원은 당시에도 “검찰보존사무규칙으로 열람·등사를 제한하는 게 정보공개법에 따른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해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사측 손을 들어줬었다. 대법원도 이같은 판례를 내놓은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의 기계적인 적용에만 얽매여 국민 알권리를 침해하거나 소송력을 낭비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무부 등이 현장 의견을 수렴, 관행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