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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빙빙빙’…전일대학가요제를 아시나요
‘전일빌딩 245’ 생활문화센터
9월 18일까지 전일대학가요제 전시회
2020년 08월 20일(목) 00:00
‘전일 245’에서 열리고 있는 ‘전일방송대학가요제’ 기획전에서 만난 3회 대상 수상자 ‘빙빙빙’의 하성관씨.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1979년 제1회 전일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김만준 곡 ‘모모’다. 전일대학가요제는 광주일보 전신인 옛 전남일보의 전일방송(VOC)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가요제로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모모’가 들려오는 곳은 전일방송이 자리했던 ‘전일 245’ 4층 전일생활문화센터 로비다. 이곳에서는 다음달 18일까지 전일대학가요제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당시 제작된 수상자 음반, 경연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함께 노래도 들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추억의 그 시절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제3회 전일대학가요제 사회자 최경천·윤경화 아나운서.
1971년 개국한 전일방송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단행된 언론 통폐합으로 1980년 11월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만다. MBC대학가요제가 열렸던 1977년 이듬해에 열린 전일대학가요제는 지방 유일의 전국 단위 대학가요제였고 당시 청년문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가요제는 단 3회 열렸지만 대상 수상곡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모’는 조선대 공대생이었던 김만준씨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을 토대로 작사했고 전남도의원을 역임한 박철홍씨가 작곡했다. 김 씨는 소설 속 등장인물인 모모를 주인공 삼아 고 3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자신의 처지를 노래로 표현했다.

2회 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자인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가 작곡하고 부른 ‘소나기’가 대상을 차지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으로 김 씨는 같은 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영랑과 강진’으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전시장에서 우연히 반가운 인물을 만났다. 1980년 3회 대상 수상자인 ‘빙빙빙’(김유성 작사·작곡)의 하성관(61)씨다. 전시 소식을 듣고 잠시 전시장에 들른 그는 “전일대학가요제를 통해 노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선대 사범대 미술학과 3학년이었던 하 씨는 전 해 대회에 출전해 입상에 그쳤다. ‘분한 마음’에 다시 도전한 그는 결국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5월18일 서울 지구레코드로 녹음 작업을 하러 가는 길이었고 한달 동안 광주에 내려오지 못했다.

“지역방송이기는 했지만 청취율에서 타 방송국이 따라오지 못했죠. 방송국이 있던 전일빌딩을 내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전일대학가요제는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행사였죠. 대상을 수상하고 나니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프로에 제 노래가 나와서 엄청 유명해졌어요.(웃음). 사람들이 다 제 노래를 알더라구요. 방송국이 없어졌을 때는 너무 아쉬웠죠.”

전일대학가요제는 하 씨의 인생을 바꿨다. 대상을 받고 오아시스에서 독집 앨범을 내며 가수로의 꿈을 꾸었고, 23년간 서울 미사리 무대 등에 섰다. 10여년 전 광주로 내려온 후에는 풍암동에 라이브 카페 ‘빙빙빙’을 열고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식도암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다.

광주시 동구청과 광주동구행복재단은 전일생활문화센터 일부를 광주의 대중음악을 조명하는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이번 기획전은 40년간 DJ로 활동했던 센터 소속 문화기획자 주광(한국방송DJ협회 이사)씨가 꾸린 전시로 광주 음악의 탯자리라 할 수 있는 전일방송의 장소성을 살려 ‘광주 대중음악의 산실’로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는 전일방송이 지속됐다면, 광주의 로컬문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 11월30일 마지막 방송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인기 프로였던 ‘팝송 다이얼’의 윤경화 아나운서가 울면서 마지막 곡으로 비지스의 ‘트레지디(tragedy)’를 틀어주던 현장은 테이프로 녹음해 두었다.

“전일방송이 사라지면서 광주의 로컬리즘도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전일대학가요제와 전일방송의 음악프로의 의미를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전시를 기획했어요. 광주 포크음악의 초석을 놓았고 많은 이들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씻어줬었죠. 이번 전시는 미흡하기는 하지만 우선 시작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전일생활문화센터는 9월 중 하성관·김종률을 비롯한 입상자와 최경천 아나운서 등이 참여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기획중이며 범위를 확장해 ‘광주음악’을 주제로 다음 전시도 준비중이다. 또 포크와 그룹사운드를 대상으로 한 ‘전일가요제’의 부활도 꿈꾸고 있으며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광주’를 소재로 작업한 대중가요를 소개하고 살펴보는 광주대중음악역사관 운영 등도 고려중이다.

인터뷰 사진을 찍는 동안 노래가 흘러나왔다. “빙빙빙 돌아라 내 팽이야, 빨강 노랑 줄무늬의 오색의 내 팽이야” 젊은 하성관의 목소리가 전시장에 울려퍼졌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