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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이별을 고하는 28인의 마지막 고백
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이청 지음·이재희 번역
2020년 08월 07일(금) 00:00
‘죽음을 앞둔 분들의 유언을 모집합니다.’

뉴욕타임즈 한 귀퉁이에 작은 광고가 실렸다.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할 수 없었던 말을 자신에게 보내주면 ‘지상의 비밀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당신의 비밀과 바람을 안심하고 맡긴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라는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 사서함을 통해 편지를 받는 사람은 ‘영혼의 금고지기’였다. 이 광고는 ‘인간은 언제 참회하고 싶어할까’를 주제로 논문을 쓰던 한 심리학자가 낸 것이었다.

베이징에 거주하며 심리학 관련 글을 쓰고 번역하는 이청이 펴낸 ‘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죽음을 앞둔 28인의 마지막 편지’는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 이들이 절실하게 써내려간 참회록이자, 남아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와 사랑 이야기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던 저자는 임종 유언을 수집하기 위해 뉴욕 공공 도서관에서 유명인들의 ‘마지막’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말에는 철학과 지혜, 유머가 담겨 있기는 했지만 생생한 참회의 마음은 만나기 어려웠다.

그는 사람은 죽음에 이르게 되면 누구나 그동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들을 털어내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고, 현재 뉴욕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350달러짜리 광고를 내고 1주일 후, 구불구불거리는 글씨로 쓰인 ‘첫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일흔 여섯 노인이 보낸 편지엔 그가 50년간 숨겨놓은 비밀과 참회가 담겨 있었다.

젊은 시절 집배원이었던 그는 질투심에 눈 멀어 짝사랑하던 여자가 전쟁터에 있던 약혼자와 주고받던 편지를 어느 순간부터 전달하지 않았고, 마지막 편지마저 가로챘다. 결국 시름시름 앓던 그녀는 죽고 말았고, 그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평생을 혼자 살았다.

그는 “만약 세상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저 장미 한 송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단 이틀만 살다 시들어 죽더라도, 사랑하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그런 존재로만 살다 가고 싶다”고 참회한다.

저자가 받은 편지는 수 천통에 달했다. 편지를 보낸 이는 택시 운전사, 대기업 총수, 가정 주부, 에이즈 환자, 할리우드 배우 등 다양했다. 편지의 내용은 수년 간 숨겨온 비밀, 누군가의 콤플렉스 등이 담겨 있었지만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어떤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고, 그들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은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구제불능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 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치와와 ‘피치’에게 전 재산을 모두 남긴 한 남자의 고백,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 했던 거짓말 때문에 결국 부모님이 헤어지고 말았던 사연을 전하며 엄마, 아빠의 재회를 바라는 백혈병에 걸린 다섯살 꼬마 이야기 등 책에 실린 28통의 편지는 남아있는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쌤앤파커스·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