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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기다림 : 문화예술계의 기약 없는 기다림 언제나 끝날까
2020년 07월 09일(목) 00:00
에드가 드가 작 ‘기다리는 발레리나’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더 가까이 보아서인지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장 침체된 분야 가운데 하나가 예술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최근 광주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간신히 활동을 재개하려던 문화예술계에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그렇듯 예술은 자기만의 만족을 위한 표현이 아니라 모름지기 관객들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덕목이어서 관객들과 만나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듯 잠시 멈추어야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에드가 드가(1834~1917)의 작품 ‘기다리는 발레리나’(1882년 작)를 보면 춤출 차례를 기다리는 발레리나의 모습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는 문화예술인들의 상황과 겹쳐진다. 무용은 ‘춤으로 시대를 사유하는 철학’이라고 생각했던 드가는 발레리나의 율동과 군집을 놀라울 정도의 독창적인 구도로 배치해보면서 연구했고 전혀 다른 공간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모습, 대기하는 모습, 무용화의 끈을 매는 모습,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등 다양한 몸짓들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그림에서 드가는 가히 ‘무희들만의 화가’라 할 만한 시대의 걸작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 발레리나는 왼손으로 발목을 마사지하듯이 꾹꾹 누르며 매만지고 있는데, 기다림이 초조해서일 수도 있고 수고했을 다리가 안쓰러워 위로하는 손짓일 것도 같다.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의 곁에는 어머니들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문을 보고 있거나 무심하게 딸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성장하기까지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는 동서고금에서 변함없는 것 같다. 발레리나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모성 못지않게 우리 모두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이 되기를 마음 모아본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