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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취약성과 회복탄력성
2020년 07월 07일(화) 00:00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위험사회의 도래와 함께 취약성과 회복탄력성(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시대를 진단하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이를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코로나19의 초기 국면에서는 어떤 사회 집단에서 감염률과 치명률이 높게 나타나는가, 어떻게 하면 사회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재유행에 대비하면서 정상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무엇인가가 중요해졌다. 취약성 문제를 넘어 회복탄력성이 재난 극복 논의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최근의 재난 정책 패러다임은 취약성 논의를 넘어서서 회복탄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재난이 일과성이 아니라 자주 빈발하며 피해의 규모가 매우 커서, 주도면밀할 회복 계획이 없으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은 홀링이라는 학자가 생태학적 맥락에서 사용한 것인데, 여기에서는 외부적 충격이 진행되어 정점에 이르는 단계와 정상으로 회복되는 단계로 구분되고, 후자를 규정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이다. 이 개념은 심리학과 의학 그리고 각종 사회과학에 채택되어 널리 확산되었고, 특히 재난 연구 분야에서 핵심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회복탄력성은 하나의 사회적 단위나 집단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변화에 의해 나타난 외부적 스트레스나 혼란에 대해 집합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첫째,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하여 당면한 위협에 반응할 수 있는 대처 능력 둘째,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미래의 위험을 예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조정할 수 있는 예방적 적응 능력 셋째, 넓은 사회 정치적 영역에서 설비와 도움 장치들에 접근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제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구하지 않고 타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또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를 사회적 차원으로 연장한다면 회복탄력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들의 호소에 반응해야 한다.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회적 회복탄력성 연구에서는 무엇이 진짜 위협인지를 인식하고 식별할 수 있는 능력, 사회적 네트워크나 제도의 중요성,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서의 개입을 강조해 왔다. 과연 한국 사회의 정치나 언론, 또는 시민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질문할 필요가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이 지방정부나 도시 연구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어느 도시나 기후와 환경 악화, 자원 고갈과 인프라 손상, 혹은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데 문제는 이런 충격을 흡수하면서 시민들이 정상적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각각의 도시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가 깨닫고 있는 교훈의 하나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 국면에서 대구가 직면했던 어려움이나, 최근의 코로나 재유행 상황에서 서울이나 광주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은, 한국의 도시들이 얼마나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는가를 시험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잠재적인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대처해야 할 취약성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또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시 내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필요한 경우 중앙정부나 다른 지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 생명윤리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가를 수시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