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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 보장 못한 근로기준법, 차별 부추기는 외국인고용법
[광주·전남 외국인노동자 5만명 우리의 ‘이웃’ 맞습니까]
<하> 제도·관련법 정비 시급
2020년 07월 03일(금) 00:00
외국인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도외시한 채 사업자 위주로 운영되는 각종 제도와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보다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불할 임금을 줄이고, 법망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려는 사업주들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내국인과의 차별 조항이나 가혹행위를 하거나 관련법을 어긴 사업자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망칠 수밖에 없는’ 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이주노동자 인권운동가들과 노동전문가들은 현행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르면 여러 근로 분야 가운데 ‘농림·양식·축산·수산’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는 휴식과 휴일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1차 산업의 특성상 일의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기후 또는 재난 등의 요인으로 고정적인 휴일 규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근로기준법은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상당수 사업자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휴식이나 휴일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에 관련한 지침’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또다른 차별이다. 이 지침에 따라 사업주는 숙식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임금에서 뺄 수 있지만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 조건을 감안하면 숙식비는 당연히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맞고, 최소한 숙박비와 식사비 가운데 하나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인 사업주 입장만을 고려한 외국인고용법과 출입국관리법 등도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탈을 부추기고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행 외국인고용법과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이 휴·폐업하거나 사업주가 임금체불, 성폭행, 폭행 등으로 피해를 입혔을 경우 등을 제외하면 마음대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

노동전문가들은 이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까닭에 이 같은 점을 노린 사업주들의 횡포가 잇따르면서 노동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외에도 자신이 일할 사업장이 어디인지 알지못한 채 입국 전에 이뤄지는 근로계약, 사업장 변경 신청 후 3개월 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면 강제로 출국해야 한다는 점 등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권은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광주민중의집 김춘호 변호사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다, 임금을 못 받아도 여건상 보전받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웃으로 인정하고 보듬어줘야=광주·전남 외국인 근로자가 5만명을 넘어섰지만 광주시의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다. 광주시는 지난 2007년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조례’를 제정했지만 다문화 가족에 초점을 맞춘 탓에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족 지원에 비춰 외국인 근로자들을 담당하는 구별 또는 동별 담당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행정 지원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애로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주민센터 격의 쉼터를 구별로 만드는 한편 시민단체 및 의료 기관들과 함께 상설 진료소를 개설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망과 쉼터, 진료소 등을 구축하면 사업주의 노동 착취나 가혹 행위 여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체류 등 각종 일탈 행위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