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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오월의 꽃 : 화려함 속 위엄과 품위…꽃중의 꽃 모란
2020년 05월 28일(목) 00:00
윤재우 작 ‘꽃-모란’
오월의 화단을 압도하는 꽃은 단연 모란인 것 같다. 장미가, 수국이, 꽃양귀비가, 제라늄이 피었다고 저마다 뽐을 내지만 한 송이만으로 모란은 화려함 속에 지니고 있는 위엄과 품위로 꽃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북송의 문인 구양수도 “모란에 이르러서는 굳이 꽃 이름을 말하지 아니하고 바로 꽃이라고 한다”고 했듯 모란은 꽃 중의 꽃, 꽃 중의 왕이라 예찬하기에 손색이 없는 듯하다.

모란 사랑이 지극한 중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 모란을 화단에 심고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히 일반민중 생활 속에 침투되어 민화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 모란이 상징하는 부귀가 집안에 가득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정통 회화보다는 민화와 책거리 그림에 모란이 자주 등장하곤 했던 것이다.

남도의 화가들에게도 모란은 각별했던 것 같다. 대가들을 비롯하여 젊은 작가들도 모란은 꼭 한번 그리고 싶은 예술적 대상이었을까. 남도 화단의 1세대 작가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색채가 압권이었던 윤재우화백(1917~2005)의 ‘꽃-모란’(1990년 작)은 모란을 통해 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정열이 담긴 붉은 모란과 소담스럽게 핀 흰색 모란, 선적인 느낌을 강하게 담아 표현한 이파리가 간결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강진출신으로 해남 윤씨 가문의 예술적 혼을 이어받은 작가는 모란꽃을 그리면서 강진의 김영랑의 시를 떠올렸을까? 야수파적인 원색의 화면과 윤곽선을 사용함으로써 모란이 소박한 시골 뜨락에서도 멋진 정원의 주인공 못지않게 찬란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영랑이 노래했듯 이토록 화사한 꽃이기에 모란이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모습에서 마치 봄의 전부가 떠나가듯 찬란한 슬픔의 한 장면으로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