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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역사의 창’] 강증산의 백 년 전 팬데믹 예언
2020년 04월 30일(목) 00:00
한국에서 영성(靈性)이 강한 지역을 꼽으라면 대략 세 곳을 들 수 있다. 충청도 계룡산과 경상도 경주 남산 그리고 전라도 모악산이다. 한 세기 전 나라가 망국 위기에 빠지자 여러 민족종교들이 출현했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는 경주 출신이다. 증산 계통의 종교들을 창시한 강증산은 전라도 고부 출신으로 모악산 아래에서 수도했다.

지금 사람들은 강증산을 잘 모르지만 일제 자료에는 강증산의 가르침을 따르는 보천교가 신도 600만 명으로 최대 종단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강증산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황준재라는 훈장을 모셔서 공부를 시키자 하늘 ‘천’(天) 자와 땅 ‘지’(地) 자를 크게 읽고 밖으로 나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며칠 후 훈장이 공부하자고 하자 “하늘 ‘천’ 자에 하늘의 이치를 알았고, 땅 ‘지’ 자에 땅의 이치를 알았으면 되었지 더 배울 것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강증산의 행적과 어록을 모은 경전들이 ‘도전’(道典)과 ‘전경’(典經) 등이다. 이 경전들에는 우리 역사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나는 동학농민혁명의 실패를 예견했다는 것이다. 강증산은 “혁명이란 깊은 한(恨)을 안고 일어나는 역사의 대지진인 즉, 동방 조선 민중의 만고의 원한이 불거져 터져 나온 동학혁명으로부터 천하의 대란이 동하게 된다”면서 동학농민혁명을 ‘후천개벽을 알리는 큰 난’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전봉준이 찾아와 도와 달라고 하자 “때가 아니니 나서지 말라”면서 ‘성사도 안 되고 애매한 백성만 많이 죽을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봉준은 “그대가 안 된다면 나 혼자라도 하겠다”면서 봉기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를 예견한 듯한 말도 여러 번 나온다. 앞의 ‘도전’과 ‘전경’ 등에는 세계적 전염병을 ‘병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병겁이 휩쓸면 자리를 말아 치우는 줄초상을 치른다”는 표현이 나온다. 또한 “병겁이 돌 때는 세상의 모든 의술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다”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현실을 예견한 것처럼 읽힌다. 또한 “병겁이 들어올 때는 약방과 병원에 먼저 침입하여 전 인류가 진멸지경(盡滅之境)에 이르거늘 이때에 무엇으로 살아나기를 바라겠느냐”라는 예견도 있다.

그런데 강증산은 병겁이 ‘처음 발병하는 곳은 조선’이라고 예견했다. 조선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은 이 병겁에서 인류를 살리는 ‘구원의 도(道)가 조선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에서 대병겁이 시작한다는 예견은 중국에서 시작된 현실과 다르지만 이 병겁 때문에 ‘세상의 모든 의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등의 말은 신통할 정도로 현실과 들어맞고 있다.

세계의 미래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나 이른바 선진국들이 신종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미국이라는 선진국이 자국민들을 보호하는 의료 시스템조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충격이다. 코로나19로 이른바 선진국 모델이 자연히 무너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실시되면서 기존의 교육 시스템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19세기 민족국가의 출현과 함께 등장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그 효용성이 이미 다했음이 현재 우리가 처한 학교 현실이 말해 주고 있다. 다만 기존의 기득권 때문에 잘못된 현실을 끊지 못하는 관성으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코로나19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졌다.

강증산은 병겁에 대한 대책으로 ‘의통’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 의료진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의통’이라고 불러도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의료 방면에서 보여 주고 있는 이런 ‘의통’이 다른 분야까지 확산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 콜게이트대학의 마이클 존스턴 교수는 한국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라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 각 분야에 암처럼 자리 잡아서 코로나19처럼 퍼지고 있는 이런 카르텔을 해체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신한대 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