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68주년에 부쳐] 코로나·경제 위기 속 ‘연대와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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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68주년에 부쳐] 코로나·경제 위기 속 ‘연대와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
2020년 04월 20일(월) 00:00
호남 언론의 종가(宗家), 광주일보가 오늘로 창사 68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1952년 6·25의 초연(硝煙)이 채 가시지 않은 폐허 위에 ‘불편부당’(不偏不黨) ‘문화창달’ ‘지역개발’의 3대 사시(社是)를 기치로 고고성(呱呱聲)을 울린 광주일보는 지역 언론의 선구자이자 현대사의 증인으로서 그 본분을 꿋꿋이 수행해 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예순여덟 성상(星霜)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우리 호남이 넘어야 했던 역사의 파고(波高)가 그만큼 거세고 험난했기 때문입니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IMF 외환위기, 촛불 혁명 등 격동의 물결을 헤쳐 온 광주일보가 숱한 도전과 역경에도 호남 대표 언론으로서 위상을 올곧게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지역민과 애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창사 68주년을 맞는 지금, 강한 자의 횡포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따듯이 보듬어 안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으로 언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지금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격변의 조짐이 감지됩니다. 무엇보다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우리 경제에 더 치명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벌써부터 기아차 광주공장과 금호타이어 등 지역 중추 기업들은 수출길이 끊겨 잇따라 휴업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런 만큼 정부와 지자체 및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실물 경제 피해를 줄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융 안정이나 일자리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 또한 좀 더 고통을 감내하고 코로나 위기에서 보여 준 연대와 협력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야겠습니다. ‘연대’와 ‘협력’은 어제 4·19혁명 6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경제 살리기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여기에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대면 접촉으로 이뤄졌던 일들을 온라인상에서 처리하는 현상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원격 수업, 원격 진료, 온라인 수출 상담 등 비대면 라이프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 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는 개방성과 투명성, 수준 높은 검진·방역 역량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부심을 갖고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꿔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권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의 의석을 확보해 거대 여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선거 결과 국회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거대 정당이 탄생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로써 민주당은 단독으로 개헌안을 의결하는 것을 빼고는 국회에서 사실상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난 극복을 위해 문 대통령 임기 후반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호남 유권자들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다시 선택하면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은 네 번째 ‘민주 진영 정권 재창출’에 대한 기대를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 18석, 전북 9석 등 호남 28개 선거구 중 27곳을 석권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광주·전남 18석 가운데 국민의당에 16석을 내주고 단 한 석을 건지는 데 그쳤지만 이번엔 완전한 정치 세력 교체를 이뤄 내면서 호남의 맹주로 재등장한 것입니다. 또한 이번에 3선 이상 지역 중진 의원들은 모두 국회 진입에 실패한 반면 초선 의원 13명이 대거 당선되면서 세대교체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지역 국회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호남 정치를 복원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초·재선인 데다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지역 현안을 챙기는 것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에 민주당 독점 구도가 다시 형성되면서 과거 되풀이됐던 일당 체제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당과 광주·전남 당선자들은 지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 준 의미를 겸허히 새겨 과거처럼 지지율에 취한 나머지 오만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의원들 간 적극적인 연대와 부단한 도전으로 민주·진보 진영의 심장이면서도 변방에 머물러 온 호남 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대안 마련은 물론 파국 위기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와 광주 군공항 이전, 방사광 가속기 유치, 한전공대 건립 등 산적한 지역 현안 과제들도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전야제 등 주요 기념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오월 정신을 계승하고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80년 5월 처절한 고립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고 대구 환자들을 위해 병상까지 기꺼이 내놓으며 나눔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80년 5월 공동체가 이루고자 했던 바로 그 대동 세상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최근 조사관 채용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집단발포 경위와 책임자 규명,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 및 헬기 사격 등에 대해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광주일보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더 이상 5·18 왜곡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제정에도 힘을 보탤 것입니다.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정통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광주일보는 디지털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사실 보도를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심층적인 논평을 통해 독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작정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공기(公器)이자 깨어 있는 파수꾼으로서, 진실을 찾는 저널리즘 본연의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더불어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를 통해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키우고, 호남인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겠다는 68년 전의 초심(初心)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것을 재삼 약속드립니다. 흔히들 ‘종이 신문의 위기’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뉴스와 알찬 정보로 광주일보는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광주일보 창사 68주년을 자축하면서 그동안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다시 한 번 큰절로 인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깃들고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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