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21대 국회의원 선거
2020년 04월 15일(수) 00:00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오늘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총 300명의 의원들을 뽑는다. 세간에서는 국회의원직을 권력, 명예, 부의 3종 세트가 따라오는 최고의 자리라고 한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어느 때 보다 더 치열한 전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승자와 패자가 판가름나는 총성 없는 전쟁, 가히 선거전이다.

이번 선거에 나타나는 몇 가지 색다른 특징들이 있다. 첫째, 위성 정당을 비롯한 정당의 난립이다. 지난 20대 선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47개이다. 정당 이름에는 민중, 민생, 민주, 자유 등의 단어들 외에 배당금, 미래, 자영업자 등이 눈길을 끈다. 노골적으로 지역색을 띤 정당도 있다.

두 번째는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한 살 낮춰졌다. 하향 조정으로 생겨난 유권자수는 54만 8986명으로 전체의 1.2%에 해당한다. 10대 유권자가 2.6%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투표 참여율은 다른 연령대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 번째는 코로나 사태라는 돌발 변수이다. 55개국의 91개 공관에서 8만 7269명의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재외 유권자의 50.7%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는 국경 폐쇄, 단체 활동 금지, 이동 제한 등 주재국의 결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내 대처 방식은 우리 정부의 소관이다. 의사협회가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 국경 폐쇄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묵살한 것에 대한 비난이 있다. 그러나 확진자 파악 및 역학 조사, 투명성, 드라이브 스루 등은 높이 평가된다.

네 번째 특징은 심한 분열이다. 상당수의 종교인들이 반정부 시위에 장기적으로 참여하고 같은 종교인들 중에도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을 비난한다. 국민들도 양단으로 나뉜다. 경제, 외교, 안보 상황을 ‘3대 폭망’으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정부에 묻는 쪽과 뭐든지 다 잘 한다고 칭찬 일색, 대가리가 깨져도 지지한다는 쪽으로 민심이 갈린다.

마지막으로 대화 부재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통 형태인 단체 대화방에 한 쪽의 의견이 올라오면 다른 쪽에서는 자기 의사를 개진하거나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퇴장, 또는 삭제 요구가 빗발친다. 가족 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소통은 없고 벌컥 화를 내는 버럭증만 표출된다.

좋은 정치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한다. 좋은 정치인을 만드는 것은 타고난 정치인의 품성, 그의 역량과 사상뿐 아니라 이를 알아보는 유권자의 합작으로 이루어진다. 선거는 후보들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유권자가 적임자를 가려내는 것이어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경제학 분야에 탁월한 저서들을 남긴 프레더릭 바스티아(Frederic Bastiat, 1801~1850)는 정치를 리모컨 쟁탈전에 비유한다. 또 국회의원이란 한 쪽 시민을 위해 다른 쪽 시민을 희생시키는 존재라고도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1970년에 발표한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 다섯 종류의 도적에 국회의원은 두 번째로 꼽힌다. 어차피 도덕군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질리 없으므로 정치꾼들의 소소한 도둑질은 눈감아 주리라. 다만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경제를 살리며 안보를 책임져 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