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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격수를 아시나요 … 맷 감독의 파격 시프트
[KIA 홍백전 6차전]
3루수, 2루·유격수 사이로 이동 수비 시프트 영역 확대
볼 카운트 불리해도 번트 강행 … 감독, 상황마다 다양한 변화 시도
가뇽·홍상삼 마운드 대결 … 양현종, 중간 계투로 컨디션 점검
2020년 04월 05일(일) 19:20
5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홍백전 5회말 1사 3루에서 3루 주자 최원준이 황윤호의 쓰리 번트 때 홈에 들어오다가 아웃되고 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윌리엄스호’의 본색이 드러난다.

KIA 타이거즈가 5일 챔피언스필드에서 홍백전 6차전을 치렀다.

문선재의 솔로포 등을 앞세운 홍팀의 4-1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드류 가뇽과 홍상삼이 선발로 마운드 대결을 벌였고, 양현종과 함께 부상으로 쉬었던 전상현까지 등판하면서 마운드에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진짜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윌리엄스 감독의 ‘손짓’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앞선 홍백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했다.

극단적인 시프트와 쓰리 번트까지 감행했고, 작전 상황에 맞게 라인업을 변칙으로 바꿔 선수들을 기용하는 등 세밀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격수’라는 변칙 시프트였다.

0-1로 뒤진 5회초 무사 1루에서 나온 아웃카운트는 ‘2-5B’로 표현할 수 있다. 포수(2)가 공을 잡아 3루수(5)에게 송구했고, 3루수가 2루 베이스(B)를 밟아 아웃카운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포스 아웃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2루베이스까지 표기할 필요는 없지만, 상황이 복잡한 만큼 B를 적어표기할 수 있다.

KIA타이거즈 윌리엄스 감독이 5일 홍백전에서 3루수를 2루수와 유격수 사이에 세우는 파격 시프트를 선보였다. KIA 내야진(사진 오른쪽부터) 1루수 김주찬, 2루수 김선빈, 3루수 장영석, 유격수 박찬호.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유격수도 아닌 3루수가 2루 베이스에서 아웃 카운트를 잡은 희귀한 상황은 어떻게 연출됐을까?

선두타자 김민식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타석에 좌타자 김연준이 서자 윌리엄스 감독은 시프트를 걸었다.

3루에 있던 장영석이 2루 베이스를 지나 2루수 김선빈과 유격수 박찬호 사이에 섰다. 3루는 비워둔 채 유격수를 마지노선으로 4명의 내야진이 오른쪽에 포진한 파격적인 시프트였다.

내야진이 포지션 그대로 옆으로 나란히 이동한 시프트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아예 고정 포지션을 깨고 시프트를 거는 건 흔치 않다.

수비진이 자리에 잡은 뒤 타석에 선 좌타자 김연준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포수 앞에 떨어졌고, 한승택은 선행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송구했다. ‘2격수’로 있던 장영석이 포구를 하면서 낯선 아웃카운트가 완성됐다. 장영석은 이날 두 차례 2루 원정을 나갔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부상에서 벗어난 전상현이 홍백전에 첫 등판한 5회말에 나왔다.

연속 안타 뒤 삼진으로 1사 1·3루. 윌리엄스 감독이 원래 타순인 한승택 대신 황윤호를 투입해 번트 작전을 냈다.

황윤호가 연속 파울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그리고 정상 타격 자세를 취했던 황윤호가 이내 번트 자세로 바꾸면서 쓰리 번트가 이뤄졌다. 3루 주자 최원준이 그사이 홈을 파고들었지만 빠르게 반응한 전상현이 글러브로 공을 낚아채 그대로 공을 포수에게 토스하면서 아웃을 만들었다.

좋은 수비를 선보인 전상현은 경기가 끝난 뒤 “쓰리번트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앞선 홍백전에서 윌리엄스 감독은 3루 주자 나지완과 좌타자 최정용을 두고 스트라이크 상황에 움직이는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 작전을 내기도 했었다. 작전은 종종 나왔지만, 5일 경기처럼 상황마다 실전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다.

마운드에서도 이닝을 나눠서 던지게 하던 것과 달리 좌완 이준영을 7회 좌타자 터커 승부 상황에서만 원포인트로 기용하는 등 투타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작전 차원에서 다양한 선수 변화를 시도했다. 시프트도 수비 훈련의 하나다. 실전에서 선수들에게 위치 선정 경험을 주기 위해 타자에 맞춰 시프트를 걸었다”며 “유격수를 제자리에 두고 3루수를 2루 베이스 우측에 둔 건 좌측 타구가 나왔을 때 유격수의 넓은 수비 범위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