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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1700년의 흐름과 진수 집대성
한국 불교사
정병삼 지음
2020년 04월 03일(금) 00:00
수월관음도. 세상을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관음보살을 그린 고려 불화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4세기 후반이다. 1700여 년이 흐르는 가운데 불교는 역사와 문화,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민간신앙으로, 더러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만큼 불교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수 없을 만큼 불교의 영향은 지대했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불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1년 현재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만 조계종을 비롯해 20여 종단이 소속돼 있지만, 이들 종단의 유래를 아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불교의 역사를 아는 게 선행돼야 한다. 17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한국 불교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고찰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고구려에서 20세기까지 한국 불교의 흐름과 진수를 집대성한 책이 나왔다. 숙명여대 정병삼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한국불교사’는 한국불교사를 아우르는 ‘통사’다. 고승대덕의 사상에서 명찰의 문화까지 담겨 있어 우리 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시대를 토대로 사상과 정치와 문화를 덧입혀 다채로운 서술을 시도했다. 1부 ‘삼국시대-불교의 수용’에서부터 8부 현대 ‘한국 불교-산업사회시대 불교의 지향’까지 시대를 나눠 불교와 왕실, 정치적·사회적 역할을 정리했다.

백제 무령왕이 겸익을 인도에 보내 계율학을 배워오게 한 점,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이 일시적으로 출가하는 사신(捨身)을 행한 일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이 나온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입체성을 들 수 있다. 사상과 경제,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불교사를 다뤄 다면적으로 불교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불교를 유교와 도교, 토착신앙과의 관계에서 접근한다. 토착신앙은 수천 년 동안 우리민족의 심성에 강항 영향력을 끼쳤다. 먼저 수용된 유교에 비해 불교는 종교적 성격이 강했기에 다소 갈등관계에 놓였다. 그러나 불교 초기에 삼국의 국가는 서로 토착신앙의 영향이 달라 수용 상황이 달랐다.

“불교는 토착신앙을 배척하거나 완전히 밀어내는 대신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조화를 도모함으로써 삼국 사회에 무난하게 뿌리를 내렸고, 이후 점차 토착신앙을 대체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였다.”

두 번째는 불교와 국가의 관계를 호국의 관점을 넘어 사회적 통합의 관계로 조명한다. 저자는 ‘호국불교론’은 식민지 시기 일본 근대 불교학에서 제시한 논리라고 본다. 근래에는 호국과 호법을 넘어 국가의 안녕을 위한 다양한 종교활동의 연장선으로 접근한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은 국가발전과 왕권강화의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배체제와 불교 교단의 관계, 지역과 계층 간의 간격을 좁히는 통합 이념으로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로 저자는 추복과 현세신앙의 관점으로 불교를 이해한다. 즉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기 원하는 것은 추복(追福), 기복에 연관된 것으로 이런 바람 또한 종교 속성의 하나다.

저자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상층민은 그들대로, 일상의 삶을 유지하기에도 힘든 기층민은 그들대로, 바람직한 삶에 대한 온갖 형태의 기원을 토대로 개인과 사회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바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불교는 조화와 융성을 도모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불교는 다른 지역에서 수용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이나 종교와 크게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신라 이차돈의 순교는 신라의 사회적 상황에서 기인했다). 각 시기에 따라 성격이 다른 여러 불교사상을 조화, 융합해 각기 다른 내용의 사상을 제시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푸른역사·3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