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특혜부터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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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특혜부터 근절해야 한다
2020년 04월 03일(금) 00:00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의 요체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 까지 근무한 국가 기관이 처리한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앞으로는 ‘1급 이상은 3년으로, 2급 이상은 2년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이다.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 변론’ 한 것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논의했던 ‘검찰의 자의적인 사건 배당을 견제하는 방안’은 제외되었다. 무엇보다도 전관 특혜의 실효성이 큰 것으로 평가해 온 사건 배당 투명화 방안을 제외한 것은 뜻밖이다.

한국 사회에서 법조계의 전관예우 행태와 사회적 폐해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독소다. 전관예우 사건에 대한 처벌이 있는 데도 근절되지 않고 있고,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은 검경의 사건 개시부터 법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준사법기관 및 법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법조계의 전관예우 행태가 문제가 있음을 판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검찰의 자의적인 사건 배당을 견제하는 방안’은 제외했고, 수임 기간을 종전 1년에서 2~3년으로 확대한다고 한들 전관예우 행태를 근절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개인 변호사 사무실인 경우 수임 사건의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지만 로펌이 수임한 사건인 경우 전관이 아닌 다른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지정, 변론한다면 형식으로는 전관예우를 피한다고 하지만 인과 관계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금지 기간 이후 영향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부장검사, 부장판사 이상 직위에 있는 경우 퇴직 후 변호사 개업 금지를 제안한다.

검찰과 법원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검사, 판사 대부분은 선량하고 변호사는 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다만 극히 일부인 전관예우가 문제되고, 사회악의 근원이라면 그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법무부가 제시한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은 ‘검찰의 자의적인 사건 배당을 견제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에 대해 법조계에선 마뜩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민주주의 나라에서 사실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좋은 취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토록 집요하게 전관예우 문제를 근절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넘어서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오래 전, L씨는 법조계 요직에 지명돼 청문회를 실시할 당시 어느 국회의원이 “법관 퇴직 후 5년간 변호사 수임료로 60억 원이면 아주 많은 것 아닙니까?”라고 묻자 “그것은 아주 약한 겁니다. 저는 전관예우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여 청문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적이 있었다.

요새는 재야 법조인이 정부 및 각급 법원에서 일하는 기회가 열려 있고, 실제로 법조인의 교류는 앞으로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재조 법조인의 전문 지식과 소송 기술 교류는 바람직하고, 열린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사회가 분화되고 개인주의가 심화하며, 자본주의 사회로 치달을수록 개인과 개인 간, 소비자가 생산자를 대상으로, 피허가자가 허가 행정청을 대상으로, 다국적기업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하는 특허 분쟁 등 크고 작은 소송도 늘어날 것이다. 옛말에 ‘송사 3년에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소송의 증가는 우려한 만한 일이다.

더구나 전관예우 시장이 형성돼 있고, 소비자로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 소송이 가능하다면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법률 소비자로서도 법률 전문가를 막대한 비용 때문에 소송 대리인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에 합리적인 소송 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가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을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사실 한국의 검찰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춘 조직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반드시 ‘검찰의 자의적인 사건 배당을 견제하는 방안’도 포함하는 여러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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