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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해방구
2020년 03월 20일(금) 00:00
멈췄다. 모든 경기가. 코로나19 광풍으로 스포츠 경기는 지금 ‘올 스톱’ 상태다. 유럽에선 축구 리그가 모두 중단됐고 유로2020도 연기됐다. 손흥민은 오랜 부상에서 회복해 토트넘에 복귀했지만 뛰지 못하고, 이강인의 소속 팀 발렌시아는 선수단의 35%가 확진 판정을 받아 뒤숭숭하다. 구단들은 “수입도 건강만큼 중요하다”며 시즌 강행 욕심을 드러내지만, 이미 경기장은 폐쇄되고 관중은 떠났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시범경기 무실점 호투를 이어 가던 김광현은 스프링캠프가 닫히는 바람에 훈련도 귀국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토론토로 이적한 류현진은 캐나다의 입국 봉쇄로 발이 묶였다. ML 개막은 6월로 예정돼 있지만 아예 통째로 취소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IOC가 7월 정상 개최를 천명한 도쿄올림픽은 예선전에서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확진자를 줄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감염자가 태연히 옆에서 식사하고 같이 걸어 다닐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익만을 앞세워 올림픽을 무리하게 치른다면, 대회 이후 겪게 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문화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하는 인간은 경기장에 갈 때 진지한 삶의 태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경기장은 응축된 감정을 마음껏 폭발시키는, 세상과는 다른 특별한 법이 지배하는 곳이다. 팬들은 경기장으로 달려가 본능적인 천국을 즐기다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오곤 한다. 그곳은 정신과 감정의 해방구다. 경기장 문이 닫히면 인간의 응축된 감정은 갈 곳을 잃는다”고 했다.

야구·축구 등 모든 경기장의 문이 닫혔다. 안방 스포츠 팬들도 손에서 리모컨을 놓은 지 오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말대로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는 일일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격리를 통해 쌓인 눅눅한 감정은 어디에서 풀어야 할까. 혼돈의 3월이 지나가면 다음은 잔인한 4월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