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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사회적 의무
2020년 03월 09일(월) 00:00
신정국가(神政國家)를 표방하는 중동의 이란, 이라크, 사우디 등지에서 무슬림(신에게 항복한 사람)들은 신의 뜻에 따라 훌륭하고 책임 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 다섯 가지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른바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 그것이다.

첫 번째는 ‘샤하다’. “신 이외의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예언자다”라는 신앙 고백을 암송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살라트’. 예언자의 탄생지인 메카를 향해 하루 다섯 번 신에게 기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선헌금 또는 희사를 의미하는 ‘자카트’다. 네 번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라마단 금식’. 마지막 다섯 번째가 바로 메카 순례를 뜻하는 ‘하지’다.

이 가운데 메카 순례는 ‘이슬람의 완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핵심적인 의무로 꼽힌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을 떠날 때 신은 ‘검은 돌’을 가져가게 해 주었고, 아브라함이 이 돌을 유산으로 전해 받았다. 아들 이스마엘이 사막에서 헤매다 오아시스를 발견하자 아버지 아브라함이 그곳에 신전 카바(kaaba)를 짓고 검은 돌을 놓아 두었는데, 그 주변에 생긴 도시가 바로 ‘메카’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메카를 찾아 카바 신전에 예배하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삼을 정도로 ‘하지’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지난 4일 사우디 당국이 자국민의 메카 순례를 전격 금지시켰다. 코로나19가 중동 지역에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카의 대사원 정중앙 카바 신전 주변이 텅 빈 모습을 사진에 담아 퍼 나르고 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이란도 전국 주요 도시에서 금요 대예배를 취소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확산을 막기 위해 ‘신의 뜻에 따른 의무’조차 중단한 이슬람 국가들의 노력이 대규모 지역 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예배를 강행하려는 우리나라 일부 교회의 모습과 겹쳐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교인의 안전과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일부 교회의 처신이 ‘마스크를 사러 약국 앞에 진을 친’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스럽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