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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요양 마을과 케어팜의 꿈을 꾼다
2020년 02월 19일(수) 00:00
류 동 훈 (사)시민행복발전소 소장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나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죽어 가는 것.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소박한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박한 꿈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세상에 돼지로 태어나 돼지답게 살다가 돼지답게 죽어가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좁은 틀 안에서 평생을 살다가 죽어가는 돼지를 보면 돼지다운 삶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역시 사람답게 사는 것까지는 그래도 노력 여하에 따라 해 볼 수 있지만, 인생 말년에 치매라는 병을 만나면 제아무리 자존감 높던 사람들도 힘든 생활을 하게 되고, 그 가족들도 고통을 받게 된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치매 요양 병원에 가게 되는데, 답답한 생활로 인생 마무리를 갇혀서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네델란드 호그벡(Hogeweyk) 치매 마을 사례를 보면 치매가 걸린다 하더라도 꿈같은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호그벡마을은 치매 환자들이 평소와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곳이다. 요양 시설 내 슈퍼에서 장을 보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소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일상생활을 즐긴다. 또 채소도 가꾸고 예배당에서 예배도 드리며, 미술 활동도 하고, 자유롭게 산책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이곳에 있는 요양 복지사, 간호사, 의사 선생님, 자원 봉사자들이 모두 하얀 가운을 입지 않고 역할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슈퍼마켓의 직원이 되고, 카페 점원이 되고, 채소 가꾸는 일꾼이 되고, 청소하는 사람들이 되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치매 환자를 보살핀다. 치매 환자들은 일상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인생 말년의 시간을 보낸다. 4500여 평의 부지에 200여 명의 치매 노인들을 250여 명의 의료진과 자원 봉사자들이 보살핀다. 프랑스에도 최근에 이런 치매 마을이 생겼다고 한다.

필자는 이 사례를 보면서 가슴이 울먹해지는 감동을 느낀다. 사람이 사람다운 말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기를 하면서 따뜻하게 보살피는 요양 복지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이런 치매 요양 마을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꿈꾼다. 치매에 걸린다 하더라도 이런 마을로 갈 수만 있다면 그리 두렵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 네델란드에서는 돌봄과 농사를 접목시킨 케어팜(Care farm·치유 농장)이 이미 1000개를 넘어서면서, 복지와 농가 소득 창출의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사회적 농장의 개념으로 도입되기 시작하고 있다. 생명을 기르는 농업의 치유의 기능을 치매 노인, 알콜 중독 성인, 자폐 아동, 주의력 집중 장애 아동, 우울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농장에서 정신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농장주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더 나아가 경제 활동까지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숙박도 있고 출퇴근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폐쇄된 곳에 갇혀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자연과 소통하면서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채소를 가꾸고, 토끼와 닭에게 모이를 주면서 햇살을 받으며 하루하루 자연의 변화에 감동해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신적 질병들이 치유되고,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필자는 작년에 도시 농업 박람회에서 주의력 집중 장애로 힘들었던 소년이 농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놀랍게 변해 자신감 있게 청중들에게 직접 발표하는 사례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소년은 장화를 신고, 리어카를 끌며 삽질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찾고,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을 보였다. 한 손 가득 수확한 토마토를 들고서 함박웃음을 짓고, 농사가 재미있다고 하는 그 소년은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었다.

이런 치매 요양 마을과 케어팜과 같은 모델들은 도시 근교 농촌이나 광주와 전남의 상생 사업으로, 전남 지역의 넓은 땅과 농촌 자원을 활용하고 대도시인 광주 지역의 많은 소비자를 연결하여 협력 모델로 추진해도 가능하리라 본다. 이번 총선에서도 총선 후보자들 사이에 이런 혁신적인 감동을 주는 창조적인 복지 모델들이 공약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