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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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실종된 올 겨울은 나들이하기에 딱 좋다. 덕분에 필자가 부임 이후 계속하고 있는 ‘전남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프로젝트’는 겨울에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는 녹차밭과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가 위치한 보성을 여행했다. 염상구와 외서댁이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쫀득쫀득한 꼬막 정식으로 배가 부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소화도 시킬 겸, 벌교 인근 한적한 시골 마을을 산책했다. 한낮인데도 인적이 드물다. 벌써 봄이 온 걸로 착각한 똥개의 늘어진 하품만이 여행객을 반길 뿐이다. 책길 옆 과수원에는 노부부가 열일 중이셨다. 심심하던 차 오지랖 넓은 ‘한국형 아줌마’인 아내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아저씨 이거 무슨 나무예요?”
“참다래요!” “참다래? 참다래가 뭐지?”
“앗따~ 키위도 모르요? 키위!”
“아하! 꼭 포도나무 같네요. 근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가지치기요. 겨울에 전지 작업을 안 해 불면 키위가 제대로 안 열려 부러요”
“워메,이 넓은 과수원의 가지치기를 두 분이 다 하시는 거예요?”
“그라문 별수 있겄소? 젊은 아그들은 씨도 없응께잉~~”
이렇게 시작된 오지라퍼와 노인 농부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들으니 슬그머니 직업병이 도진다. 광주·전남 지역 경제를 분석하다 보면 우울할 때가 많다. 가구당 소득 수준, 청년 고용률, 재정 자립도, 고령화율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전국에서 최하위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그런데 생각해보니 수많은 경제 지표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남이 전국에서 최상위를 기록 중인 것들도 있다. 바로 지금 내 눈앞에서 아내와 심심풀이 토크 중이신 농부와 관련된 지표가 아니던가?
우선 전남 지역의 지역내 총생산(GR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평균(3.4%)을 크게 상회한다.
경지 면적은 전국에서 가장 넓고,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수도 전남이 30만 명으로 경북(37만 명)에 이어 2위이다. 경지 면적이 넓은 만큼 쌀 등의 식량 작물과 채소류의 생산량도 전체의 20%를 상회해 이 또한 전국 일등이다. 뭐니 뭐니 해도 친환경 농산물 관련 농가 수와 친환경 인증 수 및 출하량은 전남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정도의 농업 인프라를 갖추었으면 농업에 관한 한 전남이 최고이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글쎄올시다’이다.
우선 전남의 농가 소득(3950만 원)이 9개 광역도 중에서 6위에 불과하다. 전남에서 주로 재배하는 채소, 쌀의 농가 소득이 과실류에 비해 낮은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전남 지역 농업의 토지 생산성(경지 면적당 농업 생산량)은 도 지역 가운데 꼴찌이다. 경지 면적은 가장 넓지만, 노동 집약도(경지 면적당 노동 시간)와 자본 집약도(경지 면적당 자본 투입액)가 전국에 비해 낮아서 그렇다. 전남 지역 농가의 소비자 직접 판매 비중도 23.8%로 전국 평균(25.0%)에 비해 낮다 보니 유통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정보화 기기를 이용해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농업 소득 증대에 활용하는 농가 비중도 전국 평균을 하회한다.
전남이 우수한 농업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율 때문이다. 특히 전남 농가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9.5%에 달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고령화 때문에 전국 최고 수준의 농업 인프라를 활용 못한다고? 나쁘게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자. 바로 전남이 청년 농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의 땅이란 뜻이 아닌가? 청년들이 젊음의 역동성으로 과실류 등 고부가가치 작물 생산 비중을 높여 농가 소득을 높이고, 정보화 기기를 적극 활용할 경우 유통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금도 벌교 과수원의 노인 농부는 젊은이들이 씨도 없다고 한탄한다. 전국의 청년들이여! 전국 최고의 전남 농업 인프라와 젊은 열정을 결합해 보자. 전남에서 돈 버는 법, 의외로 거시기하다.
지난 주말에는 녹차밭과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가 위치한 보성을 여행했다. 염상구와 외서댁이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쫀득쫀득한 꼬막 정식으로 배가 부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아저씨 이거 무슨 나무예요?”
“참다래요!” “참다래? 참다래가 뭐지?”
“앗따~ 키위도 모르요? 키위!”
“아하! 꼭 포도나무 같네요. 근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가지치기요. 겨울에 전지 작업을 안 해 불면 키위가 제대로 안 열려 부러요”
“그라문 별수 있겄소? 젊은 아그들은 씨도 없응께잉~~”
이렇게 시작된 오지라퍼와 노인 농부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들으니 슬그머니 직업병이 도진다. 광주·전남 지역 경제를 분석하다 보면 우울할 때가 많다. 가구당 소득 수준, 청년 고용률, 재정 자립도, 고령화율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전국에서 최하위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그런데 생각해보니 수많은 경제 지표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남이 전국에서 최상위를 기록 중인 것들도 있다. 바로 지금 내 눈앞에서 아내와 심심풀이 토크 중이신 농부와 관련된 지표가 아니던가?
우선 전남 지역의 지역내 총생산(GR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평균(3.4%)을 크게 상회한다.
경지 면적은 전국에서 가장 넓고,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수도 전남이 30만 명으로 경북(37만 명)에 이어 2위이다. 경지 면적이 넓은 만큼 쌀 등의 식량 작물과 채소류의 생산량도 전체의 20%를 상회해 이 또한 전국 일등이다. 뭐니 뭐니 해도 친환경 농산물 관련 농가 수와 친환경 인증 수 및 출하량은 전남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정도의 농업 인프라를 갖추었으면 농업에 관한 한 전남이 최고이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글쎄올시다’이다.
우선 전남의 농가 소득(3950만 원)이 9개 광역도 중에서 6위에 불과하다. 전남에서 주로 재배하는 채소, 쌀의 농가 소득이 과실류에 비해 낮은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전남 지역 농업의 토지 생산성(경지 면적당 농업 생산량)은 도 지역 가운데 꼴찌이다. 경지 면적은 가장 넓지만, 노동 집약도(경지 면적당 노동 시간)와 자본 집약도(경지 면적당 자본 투입액)가 전국에 비해 낮아서 그렇다. 전남 지역 농가의 소비자 직접 판매 비중도 23.8%로 전국 평균(25.0%)에 비해 낮다 보니 유통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정보화 기기를 이용해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농업 소득 증대에 활용하는 농가 비중도 전국 평균을 하회한다.
전남이 우수한 농업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율 때문이다. 특히 전남 농가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9.5%에 달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고령화 때문에 전국 최고 수준의 농업 인프라를 활용 못한다고? 나쁘게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자. 바로 전남이 청년 농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의 땅이란 뜻이 아닌가? 청년들이 젊음의 역동성으로 과실류 등 고부가가치 작물 생산 비중을 높여 농가 소득을 높이고, 정보화 기기를 적극 활용할 경우 유통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금도 벌교 과수원의 노인 농부는 젊은이들이 씨도 없다고 한탄한다. 전국의 청년들이여! 전국 최고의 전남 농업 인프라와 젊은 열정을 결합해 보자. 전남에서 돈 버는 법, 의외로 거시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