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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5·18민주화운동 유족회장] 5·18민주화운동의 시대적 소임에 거는 기대
2020년 01월 28일(화) 00:00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광주일보 독자 여러분과 광주시민, 1980년 5월을 기억하는 국민 모두 두루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는 오늘 우리는 기대감에 차 있습니다. 누구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지만, 오월 가족들과 광주시민들은 올 한해 누구보다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2018년 3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뒤에도 첫걸음을 떼지 못하던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각 당에서 추천된 9명의 임명안을 재가함으로써 마침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수 차례 정부기관의 진상조사가 있었지만 사망자, 부상자, 행불자 등 피해자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는 미진했습니다. 조사의 주제가 한정됐다거나 조사기간이 부족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마치 샘플조사 하듯이 일부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올해 초부터 본격 활동하게 될 조사위원회는 모든 피해자들의 활동내역과 사망, 부상, 행불 경위 등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10일간의 항쟁 속에 피해를 입은 시민들 어느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교도소 공동묘지에서 발굴된 40구의 미관리 유골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행불자 및 무명용사 등 이름조차, 시신조차 찾지 못한 수많은 원혼들에 대해서도 신원과 명예를 찾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로 5·18은 40주년이 되었습니다. 개인의 역사야 말할 것도 없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도 시나브로 기억에서 잊혀져 갈 만한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도 끊임없이 언론에서는 미처 밝혀지지 않았던 당시의 이슈들이 대서특필되고, 전두환씨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5·18의 가치를 폄훼하는 세력들은 우리 사회 한 켠에서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5·18은 현재 진행중이며, 이는 곧 5·18의 시대적 소임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2016년 말부터 촛불과 함께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험대 위에 놓여 있으며, 올해 4월 중요한 분기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시대적 소임은 이런 변화의 상황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5·18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의 가치, 그리고 불의에 대한 저항과 아름다운 공동체를 유지했던 대동의 경험은 다시 한번 한국 민주주의의 지평을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던 과거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낼 것과 향후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적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새해입니다.

저희 5·18민주화운동 유족회는 올해 모두의 기대가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