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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협력 시대
2020년 01월 15일(수) 00:00
경찰서를 출입하는 사건기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법률용어 가운데 하나가 ‘송치’(送致)라는 단어일 것이다. 경찰이 피의자와 함께 관련된 서류를 검찰청으로 보낸다는 의미다. 흔히 ‘검찰에 송치한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던 사건을 일단락하고 ‘구속’이나 ‘불구속’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기는 것을 말한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를 하더라도 지휘권이 검찰에 있는 탓에 수사에 대한 의견만 낼 수 있을 뿐 구속이나 불구속 결정권은 없다. 경찰이 아무리 의욕적으로 수사를 잘하더라도 검찰이 틀면 수사는 거기서 끝나 버린다. 검찰만이 기소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인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 편의주의’는 무소불위의 대한민국 검찰을 가능하게 한 핵심 제도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처럼 검찰에 전권을 주는 곳은 없다. 검찰 우위의 수사권 체계를 갖춘 독일도 경찰의 수사 개시권과 기초 조사권을 인정하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따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 영국과 미국 역시 경찰에 수사 개시권과 영장 청구권을 주는 등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수사권이 아예 분리돼 경찰이 체포·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등을 직접 행사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으로 재설정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22년 만에 입법화됨에 따라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공수처법과 함께 ‘검찰 개혁 3종 세트’로 부르면서 검찰 개혁 입법이 완료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이지만, 검경 상호 협력 시대의 개막으로 볼 필요가 있다. 경찰은 숙원인 수사권 독립을 얻은 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