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우화를 통해 일상에서 배우는 실천적 지혜
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 - 박승억 지음
2020년 01월 10일(금) 00:00
여우와 황새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황금률의 법칙.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다. 네가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이케이북 제공>
대부분 어린 시절 이솝 우화를 읽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 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인간의 성격을 유형화한 캐릭터들이다. 이솝 우화는 인류가 오랫동안 전승해온 문화유산이다. 물론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특정 부류 사람들에 대한 유형화는 자칫 지나친 편견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솝우화에는 실천적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철학적 주제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있다. 박승억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에서 이솝 우화로 우리 삶을 철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책에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토마 피케티까지 철학의 이론과 실천적 지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많이 알려진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현재와 미래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묻는 이야기다. 고전적 의미에서 이 우화는 미래를 가늠해보는 생활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러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철학적 의문을 제기한다.

“마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거나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한다는 식은 문제를 잘못 선정한 것입니다. 올바른 문제 설정은 현재나 미래라는 시간이 아니라 현재 하려고 하는 일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가운데, 어느 것이 내 삶에서 중요한지를 따져보는 것이죠.”

이처럼 책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접하는 고민거리와 사회 문제 27가지 사례가 나온다.

이유와 근거를 따져 지성을 사용하는 방법에서는 ‘늙은 사자와 여우’ 우화를 사례로 든다. 혈기왕성할 때는 두려울 것이 없던 늙은 사자는 사냥을 할 수 없다. 사자는 큰 병이 든 것처럼 꾸며 소문을 내고 동물들이 병문안을 오게 한다. 그렇게 위문 온 동물들을 차례차례 잡아먹는다.

뒤늦게 여우도 그 소식을 듣고 사자를 방문하지만,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문안한다. 그러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간 발자국은 있는데 나온 발자국은 없네요. 저한테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지 좀 알려주시겠어요?”라고 묻는다.

저자는 여우의 비판정신은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막연하게 믿고 있는 것, 혹은 안다고 믿는 것이 정말 확실한 것인지 알기 위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그러면서 “데카르트의 경우는 가장 확실한 지식을 찾는 방법으로 의심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의심을 ‘방법적 회의(의심)라고 부르는데요. 방법적 회의는 조금이라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모두 참이 아니라고 가정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욕심 많은 개’의 우화는 행복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뼈다귀를 물고 개울을 건너던 개는 물속에 자신보다 더 좋은 뼈다귀를 문 개를 보게 된다. 샘이 난 개는 그것을 뺏기 위해 컹컹 짖으며 물속으로 뛰어든다. 결국 좋은 뼈다귀는 고사하고 하마터면 죽을 뻔 한 아찔한 경험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세 종류의 행복이 있는데 쾌락적 삶, 정치적 삶, 관조적 삶이다. 쾌락은 일시적이며, 명예를 추구하는 정치적인 삶은 다른 이의 시선에 붙잡히게 된다. 그와 달리 관조적 삶은 지속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가장 수준 높은 행복이다. <이케이북·1만4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