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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의 욱일기
2020년 01월 10일(금) 00:00
현재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이라면 잉글랜드의 리버풀FC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고 클럽월드컵까지 제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19승 1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리버풀은 축구 역사상 최악의 비극 중 하나인 ‘헤이젤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팀이기도 하다. 헤이젤 참사는 1985년 훌리건들의 난동으로 39명이 사망하고 454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런 아픔과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리버풀을 바라보는 한국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리버풀은 지난 연말 클럽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클롭 감독의 사진 배경에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 이미지를 사용했다. 최근 잘츠부르크에서 일본 선수 미나미노를 영입하면서도 또다시 홈페이지에 욱일기 문양을 실었다. 한국 팬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구단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은 한국IP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꼼수였다.

이에 비해 비슷한 상황인데도 독일 바이에른 뮌헨 구단의 대처는 판이하게 달랐다. 뮌헨은 2018년 한 팬이 응원 도구로 욱일기 문양을 사용하자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전범기를 금지한다” “모욕적인 깃발을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명문 구단의 품격을 보여 준 것이다.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경덕 교수는 지난달 유럽 4대 리그에 ‘욱일기는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의 전범기다’는 메시지가 담긴 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욱일기는 동아시아 전쟁과 난징대학살, 위안부, 강제징용 등 일본의 침략과 수탈의 현장에서 펄럭였던 깃발이다. 독일은 반나치법을 제정해 나치당의 깃발 ‘하켄크로이츠’는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제스처까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도쿄올림픽에서 관중들에게 욱일기 사용을 오히려 권장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전범기가 스포츠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프리미어리그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이 리버풀 구단에 실력만큼의 품격을 갖춰 달라고 하는 것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