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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 철폐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2019년 12월 17일(화) 04:50
[박고형준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지난해 12월 28일 국가교육회의 위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학 입학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공정과 단순, 국민의 공감이었다.

현재 대입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고 가정의 경제 수준에 따라 학생들의 입시 결과가 달라진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개편안을 마련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교육부 장관 교체 등 여러 논란 끝에 지난 11월 28일 교육부는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먼저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 실태 조사에서 학종 전형의 불투명성과 실질적인 고교 서열화를 확인했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대입 전형 자료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정규 교육 과정 외의 활동 대입 반영 금지,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 강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으며 평가의 투명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출신 고교 블라인드 처리, 세부 평가 기준 공개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 같은 보완 정책에 덧붙여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 전형 구조 개편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2023학년도까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수능 위주 전형을 40%까지 달성하겠다는 정시 확대 계획이 발표되었다.

교육부는 16개 대학 선정 기준에 대해 2021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 기준으로 서울 소재 대학 중 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 합산 45% 이상 대학을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1월 5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주요 13개 대학 학생부 종합 전형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현재 학종이 고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사흘 뒤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교육부 해명에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학종 실태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고교 서열화 등 불공정 사례일 뿐이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11월 28일 전격적으로 정시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은 대통령의 시정 연설 등에 따른 정시 확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의혹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입 제도가 아니라 학벌 서열이다.

이미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교육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학벌 서열임을 밝히고 국공립 통합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 대학 개혁 정책을 공약하였다. 또한 고교 학점제 도입으로 학업 부담을 줄이는 것을 고교 개혁의 국정 과제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결국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은 학벌 서열 철폐나 학업 부담 경감이라는 애초의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자 국민과의 약속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설령 교육부와 문재인 정부가 정말로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판단하더라도, 굳이 대부분이 사립대인 서울 소재 주요 16개 대학만을 선정해서 정시 확대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학벌주의 발상이다.

지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가 여전히 부의 세습과 빈부 격차를 심화하는 기반임을 드러냈다. 즉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해 국민적 반감이 생긴 근본 원인은 국민 대다수가 학벌 서열에 따른 권력 배분을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데 있으며, 학벌 기득권을 고소득층이 독점하고 세습하고 있음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하기보다 여론에 기대는 무책임 정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은 잦은 교육 정책의 변화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학벌주의를 철폐할 수 있는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