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토론회 없는 ‘깜깜이 선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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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토론회 없는 ‘깜깜이 선거 ’개선해야
과제 많은 전남도 첫 민선 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피선거권 제한하는 기탁금 출마 족쇄
자치단체장 입김설에 정치-체육 분리도 희석
2019년 12월 15일(일) 22:30
전남도체육회의 첫 민선 회장을 뽑는 선거가 15일 치러졌다.

전남체육회장 선거는 전국 광역단위 체육회에서 가장 먼저 치러져 관심을 모았으나, 그만큼 개선해야할 과제도 많이 남겼다. 후보자를 알릴 기회가 봉쇄돼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라는 기치를 내걸고 선거가 치러졌음에도 사실상 정치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남도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소외받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철수, 김재무 두 후보가 경합했으나 선거운동 기간이 9일에 그쳐 사실상 후보자가 전남지역 시·군 유권자를 고루 접촉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덩달아 유권자도 후보자 정책 등을 따져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는 전남 뿐 아니라 전국 체육회의 공통 사안이기도 하다.

그마나 전남도체육회장 선관위가 주최한 후보자 정견발표 기자회견이 있었으나, 후보를 알린다는 애초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권자 350명이 투표 대상자였으나 이들은 정견발표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기자 질의 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2명의 후보가 마주한 토론회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이번 선거는 후보자에 대해 알 권리와 기회가 차단된 깜깜이 선거”라며 “선거인단의 판단을 돕기 위해 최소한 체육인, 유권자가 참석하는 정견발표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선거 취지도 희석됐다. 법적으로 체육회 운영 예산을 보장받지 못한 채 치러지는 선거라는 한계 때문이다.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지자체장과 인적네트워크가 있는 인사나 지자체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장 입김설 등이 나돌기도 했다.

문화·스포츠 단체의 경우 자율성이 생명이지만, 아쉽게도 체육계에서는 ‘변혁’보다는 ‘예산확보’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현실론이 주류를 이뤘다. 자치 단체장이 예산권을 쥐고 있는데다 체육회 예산은 자치단체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고 공공 체육시설 대부분도 지자체 관할이기 때문이다.

실업팀의 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체육예산의 감축이 예견되고 덩달아 지자체 실업팀까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며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려면 체육회 예산의 독립성이 보장되야 한다”고 말했다.

‘체육회장 선거패싱론’은 체육계의 뿌리깊은 우두머리 문화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일부 시·군 체육회에서 소위 체육계 원로 등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모여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막후에서 후보간 단일화를 이끌어내 단일 후보를 내 무투표 당선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합의 추대 움직임은 유권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제3자가 후보자 선택에 개입하는 것으로, 선거중립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이다.

후보자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선거의 법적 토대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광역체육회장 출마자의 경우 5000만원의 선거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기탁금을 되찾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20%에 달하는 표를 확보해야 한다. 전남 체육회장 선거인수가 350명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70표를 얻어야 기탁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같은 규정은 선거에서 다자구도가 형성됐을 때 후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체육인이 회장에 출마하려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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