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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샘터’
2019년 11월 07일(목) 04:50
“비록 갇혀 있는 처지이지만 사회에 남아 있는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겠습니다. 반드시 샘터를 계속 내 주십시오.” 서울 ‘샘터’ 본사로 어느 재소자가 보낸 장문의 편지 중 일부다. ‘샘터’ 홈페이지에 실린 김성구 발행인의 글 ‘약속’에 등장하는 사연들을 읽는데 마음이 싸해졌다. 잡지 ‘샘터’ 홈페이지에 6일 올라온 ‘2020년에도 샘터는 계속 발행됩니다’라는 글은 바로 이들의 격려와 응원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발행인은 이를 ‘기적’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중순 ‘샘터’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12월호(통권 598호) 발행을 끝으로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었다. 1970년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창간한 ‘샘터’는 ‘담배 한 갑보다 싸야 한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창간 당시 책값을 100원으로 책정했고, 지금도 3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민 잡지’라 불릴 만한 ‘샘터’에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주옥같은 글들이 많았다. 특히 법정 스님과 수필가 피천득, 정채봉 동화작가,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등의 글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발행부수가 2만 부에 그치지만 한 때 50만 부까지 발행됐던 ‘샘터’는 직접 사 보거나 또는 은행 혹은 가게에서 누구나 한 번쯤 접해 봤을 잡지다. 나 역시 ‘샘터’의 세례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어릴 적, 대학생이었던 삼촌 방에서 처음 접했던 게 삼중당문고, 범우문고, 리더스 다이제스트 그리고 샘터였다. 특히 최인호 소설가가 34년간 연재했던 ‘가족’에 등장하는 다혜와 도단이는 오랜 기간 만나다 보니 꼭 이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샘터 단행본 가운데서는 ‘노란 손수건’이 기억에 남는다. 또 100쇄 넘게 찍은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참 많이 선물했던 책이기도 하다.

인터넷 시대, 종이 잡지는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샘터’를 살려 낸 건 결국 샘터로부터 위로받았던 독자들이었다. 후원금을 들고 찾아온 이들도 많았다. 진심을 담은 잡지가 독자의 사랑으로 휴간 선언 20여 일 만에 다시 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니,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