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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디자인, 행복한 도시 풍경의 완성 <8> 스웨덴 스톡홀름(상)
지하철 티켓 들고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갤러리’
회화·조각 등 역마다 다양한 작품들
각 지하철역 문화역사 담아 제작
쓰레기통·의자 등 통일된 디자인 인상적
2019년 11월 05일(화) 04:50
알록달록 무지개와 다양한 조각품이 인상적인 스톡홀름 지하철 Stadion역.




알록달록 무지개와 다양한 조각품이 인상적인 스톡홀름 지하철 Stadion역.




알록달록 무지개와 다양한 조각품이 인상적인 스톡홀름 지하철 Stadion역.




Solna Centrum역은 불타오르는 태양같은 붉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타일 작품이 눈길이 끄는 Thorildsplan역.










스웨덴 스톡홀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노벨상일 터다. 지난 10월 취재 차 머무는 동안 거리에는 올해 노벨상 첫 수상자 발표를 알리는 배너가 많이 걸려 있었다. 스톡홀름은 또 누군가에는 그룹 아바, 바이킹, 말괄량이 삐삐의 나라일 수도 있겠다.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살’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비슷한 이미지들을 떠올렸는데, 이제는 스톡홀름이 ‘지하철 역사 미술관’으로도 기억될 것같다.

1950년에 첫 개통된 스톡홀름 지하철 역사는 수많은 작품을 감추고 있는 거대한 갤러리였다. 스웨덴 정부는 전철 개통 초기부터 ‘아트 인 더 메트로 프로젝트’를 통해 지하철에 예술의 옷을 입혔다. 복잡하게 얽힌 150여개 역사 중 100여개가 넘는 역사를 회화, 모자이크,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개성있는 공간으로 변신시켰고 각 전철역은 그 지역이 갖는 역사와 문화까지도 함께 껴안은 장소가 됐다.

전철역사 미술관은 스톡홀름이 자랑하는 볼거리 중 하나로 정기 투어도 진행한다. 수많은 예술 역사 가운데 스톡홀름 철도서비스(SL)가 선정한 대표 역사들을 중심으로 둘러봤지만 시내를 오고 가며 만나는 ‘또 다른’ 역에서 자꾸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이곳은 어떤 디자인과 작품이 숨어 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Kungstradgarden역에서 ‘세상에서 가장 긴 아트 갤러리(The longest art gallery)를 경험하세요’라는 타이틀이 적힌 포스터를 만났다. 포스터에는 대표 역사의 개성넘치는 이미지와 함께 “SL은 스톡홀름 시티 지하철 역 내부 설치 미술을 연중 무료 개방합니다. 필요한 것은 기차표가 전부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사실, 아트 프로젝트가 오래되다 보니 일부 역사는 색이 바래고, 낡은 곳도 있지만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나름의 운치가 있으며 최근 새롭게 단장한 공간들은 또 나름대로의 매력을 선보인다. 지하철 역사는 지하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규모도 크다. 특히 암석 동굴의 느낌을 주는 곳이 많아 역으로 들어갈 때면 깊은 지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각 역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눈길을 끌며 역사의 규모가 큰 만큼 그 안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마치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부 역사에서는 한시적으로 조각 작품전이 개최되는 등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스톡홀름 지하철은 7개 노선이 중앙역(T-Centralen station)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 기차역 등도 연결돼 있어 가장 분주한 중앙역의 디자인 작업에는 모두 17명의 아티스트들가 참여했다. 베이지빛 바탕에 푸른색 나뭇가지가 어우러진 천정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북유럽 패턴을 연상시킨다.

Stadion역에 들어서면 빨주노초 무지개가 떠 있다. 지하 공간, 암석 위에 자리한 무지개의 빛깔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열차가 들고 날 때마다 사진을 찍느라 바쁜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Kungstradgarden역은 50~60년대 나온 유물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벽화 역시 그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많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인 스칸디나비아 몰이 자리한 Solna Centrum역은 태양이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붉은색과 초록색의 조합이 인상적인 역사로 푸른색의 열차가 지나갈 때면 한편의 근사한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또 스웨덴의 옛 건축물들을 모형으로 전시한 공간 역시 눈길을 끈다. Fridemsplan역은 ‘바다’를 테마로 한 역사로 작은 배, 나침반 등이 설치돼 있다.

스톡홀름 전철역은 역사 자체나 조각품 등도 인상적이었지만 파랑, 노랑 등 스웨덴 국기색을 활용한 에스컬레이트 조명이나 쓰레기통, 의자, 각종 사인물 등 생활 속 디자인들이 통일감을 이루고 개성을 발휘하며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스톡홀름시의 홍보처럼 ‘지하철 표 한장’ 들고 떠나는 여행에서 경험한 색다른 예술 체험은 스톡홀름이라는 도시를 찾는 이들에게 근사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스톡홀름=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헬싱키 지하철역은

'모던+심플' 세련된 공간



스웨덴 스톡홀름 전철역이 당초 취재 계획에 있었던 코스였던 데 반해 핀란드 헬싱키 전철역은 도심 외곽에 있는 재생 공간 ‘카펠리’를 찾아가다 발견한 곳이었다. 지나는 전철역마다 차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전철 역사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하룻밤 동안 타고 내리며 지하철 역사 구경에 나섰다.

도심 자체가 작은데다 트램이 잘 발달돼 있는 헬싱키의 전철은 한개 노선으로 개통 후 몇차례 연장하며 코스를 늘려 나갔다. 북유럽 특유의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역사는 2009년 착공해 2017년 완공된 노선으로 헬싱키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 에스포까지 이어지는 8개의 역사다.

각 역사 디자인은 최소한의 색채를 사용함과 동시에 오렌지빛 전철과 잘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준다. 올 초 버스 터미널이 문을 열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난 타피올라역에 들어서면 역사 천정 위로 108개의 대형 등이 보이고 가운데 통로에는 대형 조각 작품 ‘Emma leaves a trace’가 이용객을 맞는다.

새롭게 개통한 지하철역은 역내 동선이 단순하고 구조가 거의 흡사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또 대표 디자인 대학인 알토 대학과 사회단체 등이 협업해 휠체어, 유모차 등이 이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을 제안한 점도 눈길을 끈다.

Solna Centrum역은 불타오르는 태양같은 붉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