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빛·숲·땅 주제로 꾸며진 이곳은 역일까 미술관일까
도시 디자인, 행복한 도시 풍경의 완성 <4> 서울-지하철 역사의 변신
층층마다 만날수 있는 예술작품
지하 4층엔 600여개 식물 화분
‘우이신설선’ 전체가 예술 작품
‘안국역 3·1운동 100년역’ 눈길
2019년 10월 23일(수) 04:50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13개 노선으로 이루어진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문화예술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3개 노선으로 이루어진 경전철 ‘우이신설선’은 문화예술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달리는 미술관’으로 꾸며진 우이신설선 차량.




독립운동 테마역인 3호선 안국역사의 ‘100년의 기둥’




2019 공공디자인 대상을 수상한 녹사평역예술정원프로젝트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뜻을 가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은 용산공원, 남산, 해방촌을 끼고 있다. 개찰구가 지하 35m에 자리한 역사는 무엇보다 웅장하다. 역사에 들어서니 천정 위 유리돔으로 밝은 빛이 쏟아진다. 시간과 날씨와 계절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만날 수 있다. 녹사평역이 갖고 있는 공간의 매력을 잘 활용한 작품으로 국제 지명 공모로 선정된 유리 나오세와 준 이노쿠마의 ‘댄스 오브 라이트’다.

녹사평역은 시민들이 공공미술 작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하 역사의 구조에 맞게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 예술역사다. 그래서 개찰구까지 동선이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각 층별로 ‘빛의 형상’, ‘숲의 소리’, ‘땅의 온도’ 등 주제를 정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 4층에는 600여개의 식물 화분과 나무들을 배치한 정원을 만들었다. 전철역을 찾은 날 외국인 관광객들이 휴대폰으로 역사 곳곳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녹사평역에서는 식물상담소, 초미니 예술대학, 녹사평 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10월에는 ‘지하철을 타고 여행하는 동화 같은 도심 속 예술정원’을 주제로 ‘지하예술정원 축제’도 열었다.

‘녹사평역 지하 예술정원’은 최근 발표된 ‘2019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거대한 도시 지하공간에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을 균형있게 설치하고, 지역문화 향상을 위한 사업과의 결합을 통한 조화성이 돋보이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은 결과다.

서울시는 시민들과 가장 밀착된 지하철에 다양한 공공 디자인을 입혀 도시 경관을 바꾸고 있다.

지난 9월 초 ‘우이신설선’을 타고 예술 여행에 나섰다. 13개 역을 통과하는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주민들이 주로 애용하며 주말에는 북한산 등산객들로 붐비는 노선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무분별한 상업광고로 도배된 도시철도 환경을 문화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우이신설 미술관, 스토리, 플랫폼, 예술 페스티벌 등을 통해 우이신설선 역을 하나의 커다란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기획이다.

출발역인 신설동역은 서울 지역 미술관과 작가의 협업 작품이 전시중이었다. 노세환 작가와 토탈 미술관이 협업한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사과, 바나나 등 대형 과일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으로 다양한 색감은 지하철 역사에 포인트를 줬다.

우이신설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인 성신입구역에 내리니 독특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강은혜 작가와 코리아나미술관 협업 작품 ‘커넥션’이다. 작가가 환승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상징하는 ‘이동과 연결’에 주목한 작품으로 푸른색과 녹색이 인상적인 선과 정면 벽면에 설치된 거울이 3차원의 공간감과 깊이감을 더해 마치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보문역에서는 요즘 핫한 일러스트 작가 배성태의 ‘서울 데이트, 신혼의 일상’전이 진행중이었다. 상하행선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설치된 유쾌한 신혼부부의 일상을 바라보며 시민들은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마지막 노선인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려 잠시 역사 밖으로 나왔다. 웅장한 북한산의 산세가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역사 내외부를 싸고 있는 건 알록달록한 색감의 필름을 부착한 정지현 작가의 ‘북한산 리플렉션’으로 북한산 등산객의 옷 색상과 북한산 능선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사진 촬영과 작품 구경을 위해 수차례 전철을 타고 내리다 눈길을 끄는 차량도 만났다. 보문역에서 갈아탄 열차는 다양한 책 사진이 가득한 도서관으로 꾸며졌고 신설동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탄 열차는 ‘달리는 미술관’이라는 테마형 열차로 숱한 인물상을 그려온 정은혜 작가의 그림이 장식하고 있었다.

‘삼각산 시민청’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은 작은 전시실과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콘서트, 아트마켓, 우리동네 사진관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수시로 열리는 시민들의 사랑방이다.

13개 우이신설 역사에는 상업광고가 없다. 지하철 차량 내부도 마찬가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전, 클래식 연주회, 강연회, 국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행사 포스터 등이 걸려 있거나 각 역사의 스토리와 동네 이야기를 담은 자료가 설치돼 있다.

11월말 우이신설선은 또 한 번 변신한다. 성신여대입구역 높이 6.7m 벽면에 라트비아 출신 작가 게르만스 에르미치 작품이 설치된다. 아크릴, 거울 등을 소재로 작업하는 그는 올해 칸 영화제에 설치한 작품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또 고객 맞춤형 가구를 만드는 ‘길종상가’의 박길종 디자이너가 보문역 지하 2층에 시민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역사를 전시기획자, 작가, 학생, 일반시민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전시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또 예술경영지원센터, 네이버 그라폴리오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신진작가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다음날은 독립운동 테마역으로 조성된 안국역을 찾았다. 역사에는 야외수업을 진행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조성된 ‘안국역 3·1운동 100년역’은 3·1운동의 중심지였던 북촌과 인사동 등을 잇는 연결 거점으로 여운형, 손병희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집터와 기미독립선언서를 인쇄했던 보성사터, 독립선언서 낭독 후 군중들이 행진을 했던 탑골공원 등이 인근에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하이 청사 대문을 표현한 ‘100년 하늘문’ 지하의 안국역은 일상 공간에서 독립운동 역사와 만나는 정거장이다. 지하 4층 승강장에는 김구,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이봉창 등 시민에게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의 업적과 어록을 기록한 공간 ‘100년 승강장’을 조성했다. 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새긴 ‘100년 걸상’, 3·1운동과 민족사의 흐름을 강물로 구성한 영상과 그래픽 ‘100년 강물’, 우리 헌법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100년 헌법’, 독립운동가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그래픽 ‘100년 기둥’ 등이 설치돼 있다.

/글·사진=서울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