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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신의 징벌인가…불통·불신만 가득한 세상
(284) 바벨탑
2019년 10월 10일(목) 04:50
피터 브뤼헐 작 ‘바벨탑’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이 내린 벌은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가르는 것이었다. 같은 언어로 소통했던 인간이 언어가 달라져 말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불신과 오해 속에 갈등하고 싸우다 마침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수많은 언어와 주장이 난무한 가운데 각기 자신들의 의견만 내세우고 있어 가혹한 신의 징벌을 우리가 다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야 할 말만 생각하느라 타인의 말을 경청하거나 귀 기울이는 모습은 간데없고 불통과 불신만 가득하다. 단군 이래 이토록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적이 없는 이 나라의 앞날이 염려된다.

피터 브뤼헐(1525~1569)의 ‘바벨탑’(1563년 작)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바벨탑에 관한 일화를 그린 그림이다. 광활하고 거대한 도시에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탑을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하늘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가히 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란 듯이 펼쳐 보이려는 현장이다. 왼편 하단에는 탑의 건설을 명령했을 왕의 일행과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석공들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에 자리한 바벨탑 건설현장에는 기중기와 도르래, 사다리, 석재더미 등이 분주하고 항구에 정박한 배들은 먼 곳에서 건축자재를 싣고 왔을 것이다. 거대한 바벨탑의 어마어마한 규모는 개미처럼 보이는 일하는 사람들의 규모와 대비된다. 그림 속 바벨탑은 높이높이 솟아오르면서 동시에 밑둥 아래쪽 부분이 헐리고 무너지고 있다. 곧 위험하고도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향한 신의 경고가 내려질 것만 같다.

피터 브뤼헐은 16세기 플랑드르 대표적인 화가로 플랑드르 지역의 풍속과 농민들의 생활을 주로 그리면서 인간 삶 속의 희비극을 풍자하기도 했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