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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신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유수경·내야수 강정희 씨]“야구선수, 여자 국가대표도 있답니다”
단체로 하는 스포츠에 매력...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선수 변신
남자 경기와 경기 규칙 같아...11월 아시안컵 출전 준비중
2019년 09월 10일(화) 04:50
지난 7일 KIA와 키움의 경기 시구·시타를 맡은 한국여자야구대표팀 투수 유수경(왼쪽), 내야수 강정희(오른쪽)가 한국여자야구연맹 김세인 부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드리면 열립니다.”

KIA와 키움의 경기가 열린 지난 7일 챔피언스필드에서 ‘레이디스 데이’ 행사가 열렸다. 여성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고, KIA 선수들은 핑크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뛰었다.

경기 전에는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시구와 시타가 진행됐다.

‘국가대표’ 투수 유수경(31·CMS여자야구단)과 내야수 강정희(33·서울리얼디아몬즈)가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김세인 한국여자야구연맹 부회장과 경기장을 찾은 두 사람은 광주 출신으로 주중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주말에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여자야구 국가대표다. 사실 이들은 운동과 관련이 없는 보통 학생들이었다.

유수경은 야구부가 있는 무등중을 다니면서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 우연히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중계방송을 보고 광주에도 여자야구팀(스윙이글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유씨의 삶이 바뀌었다.

야구 매력에 푹 빠진 유수경은 경기가 많고, 인프라가 좋은 곳을 찾다가 서울로 팀을 옮겼다. 광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그는 주말에는 서울로 가 야구선수로 변신한다.

열정에 실력까지 인정받아서 올해 처음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스리쿼터인 유수경은 묵직한 직구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강점이다.

“야구는 밖에서 여럿이 단체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재미있다. 재미있으니까 무조건해야 한다”며 웃은 유수경은 “처음에는 국가대표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냥 언니들과 노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조대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진학한 강정희는 올해로 야구 10년 차 베테랑이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야구를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지만 유니폼을 입으면 달라진다. 대표팀의 4번 타자인 그는 부산 기장에서 열린 2016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세계여자야구월드컵대회에도 출전했다.

강정희는 “야구를 좋아했지만 할 생각은 없었다. 여자 야구는 없는 줄 알았다”며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국가대표가 될 거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되니까 재미있었다. 첫 국제대회 때는 선발 투수로 나가야 해서 긴장만 했었다(웃음). 국제대회나가면 애국심도 들고 재미있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지만 사람들의 우려와 시선이 이들을 막기도 했었다.

유수경은 “야구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남자랑 똑같이 하냐는 것이다. 규격은 같은지,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가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다 똑같이 한다”며 “그런 게 속상할 때도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남자 선수들과 달리 주말에만 연습을 할 수 있고, 대회 출전을 위해 회사를 빠져야 하는 게 이들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강정희는 “주변에서 위험하니까 하지말라고 말렸었다. 부모님도 반대하셨는데 대회에서 미기상 상품으로 김치 냉장고를 받아왔다. 그 뒤로 안 말리셨다(웃음)”며 “당연히 하는 게 돼서 지금은 야구 위주로 살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보다는 야구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너무 놀라거나 이러지는 않는다. 여자야구도 많이 알고, 이제는 멋있다고 많이 생각해주신다”고 이야기했다.

“두드리면 열린다. 야구에 빠지면 못 나간다”며 웃은 두 사람은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2019 제2회 BFA(아시아야구연맹) 여자야구 아시안컵’ 선전을 다짐했다. 이 대회에서 4위 안에 들면 ‘WBSC 여자야구월드컵 2020’에 출전하게 된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