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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트럼프를 어이할까?
2019년 09월 10일(화) 04:50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묘한 인물이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면서도 늘 술에 취한 듯 붉은 얼굴로 쏟아 내는 그의 말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마치 개구리처럼 어디로 뛸지 모른다.

그가 이번에 또 ‘트럼프 빨대’라는 기상천외의 일을 저질렀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선거본부가 대통령의 이름(TRUMP)을 로고로 새긴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플라스틱 공해는 이미 전 세계적 문제가 되어 그 공해를 감축하는 일환으로 많은 나라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종이 빨대가 불편하다며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은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을 가진다고 한다. 이를 해양생물이 먹고 이것이 우리 식탁에까지 오른다는 사실을 그는 모르는 것일까?

그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체결한 파리 기후협약에서도 2017년에 탈퇴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남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큰 재앙이 닥치리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빙하가 녹고 있다면 지금쯤이면 다 없어졌을 것이다.” “기후가 따뜻해지는 동시에 서늘해지고 있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세계적인 기후 위기, 기후 재난을 그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정책을 비판한 민주당 소속의 흑인, 무슬림, 이민자 출신의 초선 여성 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또 흑인 비율이 60%인 도시 볼티모어를 가리켜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역겨운 난장판이다. 누구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미국 최악의 지역이다”라 비하하는가 하면 흑인 민권운동가 앨 샤프린 목사를 ‘사기꾼’이라 몰아붙이기도 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얼마나 위험하고 반인륜적인가를 그는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그러는 것인가?

트럼프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행위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계속 증액시키고 있다.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초기에는 우리가 시설과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이 운영 경비를 부담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의 분담금을 올리라고 요구하더니 2019년 2월 제10차 협약 때는 전체 경비의 50%에 해당하는 1조389억 원을 우리가 부담하게 되었다. 그것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는 조건이다.

들리는 말로는 2020년 제11차 협약 때는, 주한 미군 인건비를 포함한 유지 경비 이외에도 한미연합훈련 경비,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경비, 남중국해 자유통행 보장을 위한 경비 등을 합하여 약 5조 원의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분담금 중 미국의 미집행 액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9490억 원이나 되어 미국은 매년 300억 원의 이자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데도 분담금을 또 올리라니, 트럼프를 장사꾼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기야 원래 기업가 출신이니 장사꾼으로 불러도 이상할 것은 없다. 기업가의 유일 최고의 목표는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트럼프가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겨 준 일이 있었으니 바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다. 트럼프의 강력한 압박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로 나왔고, 종전 이후 가장 희망적인 남북 관계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리 국민 모두가 들떠 있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2차 하노이 회담에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돌출 행동을 연출했다.

그러면서도 그 후 김정일의 친서를 받고는 “아름다운 친서다” “매우 따뜻하며 매우 멋진 친서다”라 했고, “미국 정부는 북한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으며 김정일을 ‘위대한 지도자’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행보다.

남북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트럼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서글프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트럼프에 거는 일말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면 트럼프를 마음속에서 지워 버려야 하는가? 트럼프를 어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