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천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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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천년 프로젝트
2019년 09월 09일(월) 04:50
작년은 전라도 천년이 되는 해였다. 1018년 고려시대 현종 임금이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 천년의 세월을 넘어선 것이다. 아마 이 말을 만든 현종도 ‘전라도’라는 말이 천년을 넘어서까지 사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흔히 사용하지만, ‘천년지대계’라는 말은 별로 생각하지 않듯이.

중국은 현재 수도인 베이징이 너무 비대해지고 환경이 열악해져서 도시의 기능이 활발하지 못하게 되자, 제2 수도 성격의 도시를 베이징에서 100㎞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슝안(雄安)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부터 구상을 시작해서 2017년에 국무원에서 결정했으니 본격적인 출발은 3년쯤 된 셈이다. 2019년 9월 개통 예정인 신공항, 2020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고속철도는 베이징에서 슝안까지 30분에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베이징, 텐진과 연결되는 도로 등도 건설 중이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 작업과 시민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주요 건물들도 현재 건설 중이다. 면적은 처음에는 100㎢로 출발하여 중기에는 200㎢, 최종 목표는 2000㎢로 확대할 계획이며, 대략 천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국가급 혁신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 지능, 자율 주행차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과학 기술을 도시 건설과 결합하는 모델로 건설할 예정이고, 베이징 중관촌의 IT관련 기업을 위시하여 상당수의 과학기술 관련 기업들이 이주할 예정이다.

슝안 건설 작업과 관련하여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이 했던 말의 요지를 기억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역사에서 천년 프로젝트가 세 개 있었다. 첫 번째는 두쟝엔(都江堰), 두 번째는 만리장성, 세 번째는 징항(京杭) 대운하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네 번째 천년 프로젝트가 시작했는데, 바로 슝안 신도시 건설이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두쟝엔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에 있는 홍수 방지와 관개 용수를 저장하는 댐으로, 전국시대인 기원전 256년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8년 만에 완공하였다. 현재까지도 쓰촨분지의 평원에 물을 공급하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니, 이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셈이다. 만리장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는 경항 대운하는 수나라 때 항저우에서 뤄양(洛陽)까지 개통했고, 원나라 때 베이징까지 개통했지만, 최초는 춘추시대 오나라가 제나라를 침공하기 위해 운하를 파기 시작했으므로, 이때부터 계산하면 대략 2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도 남북의 주요 물자가 이동하는 운하로 사용되고 있다.

2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며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랍지만, 그 당시 이러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건설했던 사람들도 이런 프로젝트가 이렇게 오래토록 생명력을 지니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출발 당시부터 천년을 내다보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실한 필요성이 있었고, 그 필요성에 근거하여 당시의 최고의 수준과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생명력이 담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네 번째인 슝안 프로젝트는 과거와는 다르게 실제로 천년 이상을 구상하면서 진행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인류가 두 번째 밀레니엄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 경험에 근거하여 현 중국 최고의 지혜를 결집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최대의 물자를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천년대계’를 구상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이 중국의 천년 프로젝트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나주 혁신도시는 과연 천년의 구상을 품고 있을까? 광주는? 다른 도시들은? 이런 궁금증이 계속 생겨난다. 광주의 한 기업인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광주의 정책은 4년 마다 바뀌니 기업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지속성이 없으니 미래를 전망하기가 어렵죠.” 천년은 고사하고 4년 마다 바뀌는 정책이라니.

정책 입안자나 리더의 의지나 욕망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절실한 필요성에 근거하여 최고의 수준과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천년의 세월을 넘어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의 천년 프로젝트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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