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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단국대 교양대학 외래교수] ‘콜라보도 송가인이어라’
2019년 09월 04일(수) 04:50
“드디어 김구 선생이 그렇게 원했던 문화 강국으로 정말 진입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생전에 첫 댓글을 달아봅니다. 송가인씨의 노래는 내 삶에 많은 즐거움과 위안을 주고 있어요. 참고로 저는 71세 노인이랍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에서 입이 쩍, 가슴 뭉클, 무릎 탁, 신비스럽기까지 하네요.”

송가인의 유튜브 영상에 담긴 댓글도 역대급입니다. 콜라보 신곡 ‘님아’ 영상이 지난달 31일 엠넷 공식 유튜브에 공개됐는데 사흘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해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언론에서 “소름 돋는 콜라보로 관객에 미친 호응 받은 윤민수 x 치타 x 송가인 ‘님아’ 무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세 가수, 시청율의 요정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미디어도 송가인 관련 기사나 칼럼이 차고 넘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가 급상승한 가수들이 많았지만 송가인처럼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킨 가수는 여태껏 없는 듯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히트 가수 한 명이 탄생했다고 보기보다는 사회 흐름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참조할 사항이 아주 많다고 보고 대표적인 것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날 것의 힘입니다. 날 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려면 실력과 배짱을 겸비해야 합니다. 지금은 유행어가 된 ‘송가인이어라’라는 인사말도 그렇습니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은 보통 배짱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초기엔 악플도 많았지만 슬기롭게 잘 극복했습니다. 판소리로 다져진 가창력, 오랜 무명 생활을 견딘 꾸준함, 소탈하고 꾸밈없는 모습에다 때로는 승부사적 기질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울러져 멋진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고 봅니다.

둘째는 시니어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실명으로 쓴 예의 바른 댓글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처음 댓글을 달아본다는 사람도 많고 스스로 나이를 밝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동안 시니어 세대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소외받아왔는데 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상을 발견한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지하는 댓글을 달고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장을 찾고 있습니다. 실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셋째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미디어의 대세는 유튜브입니다. 더구나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세대는 50~60대입니다. 유튜브는 얼마든지 다시 보기가 가능하고 관련 동영상도 잘 찾아줍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자기 생각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미스트롯’을 기획한 TV조선도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새로운 영상을 유튜브에서 접한 후에 관심이 있으니까 본방을 보게 되고 이것이 선순환을 이뤄 시청률 대박을 칠 수 있었습니다. SNS에는 “살다 살다 TV 조선을 다 보게 되네요”라고 토로하는 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

송가인 현상에 대해 한편에서는 당혹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중 가수의 힘은 히트곡인데 변변한 자기 노래도 없는 신인 가수의 인기가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 시니어 팬층과 탄탄한 가창력, 거기다 인생역전의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송가인이 우리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