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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동범 수필가·교육칼럼리스트] 광복절과 무궁화
2019년 08월 30일(금) 04:50
해마다 8월이 되면 길가의 울타리에 무궁화가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낸다. 화순군 도곡면에서 능주쪽으로 가면 길 양쪽에 무궁화동산이 길게 조성되어 있다. 이곳을 지날 때면 차에서 내려 길을 걸으면서 나라꽃에 대한 상념(想念)에 잠기기도 한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성질인 은근과 끈기를 말하고, 우리의 의지와 취향을 흔쾌히 구하는 바에도 서로 부합하는 것이어서 국화(國花)로 삼아 의당하다. 뿐만 아니라 무궁화가 가진 덕(德)을 몸소 배워 구현하는 데 힘쓴다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훌륭하고 위대한 국민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국기(國旗)는 태극기요, 국가(國歌)는 애국가이며, 국화(國花)는 무궁화, 국조(國鳥)는 까치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런 것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일제 침략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나라꽃, 무궁화를 보면 가슴 아팠던 일들이 많이 떠오른다. 일제 강점기에 수난을 당했던 우리나라 꽃을 보면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꽃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라꽃의 꼼꼼한 기준이 없다는 건 여전히 숙제이다. 보랏빛 꽃송이 한가운데에 자줏빛 무늬, 즉 단심(丹心)이 선명한 꽃을 흔히 나라꽃으로 여기고 있지만 무궁화 꽃에는 그 밖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300가지가 넘는 품종이 있지만 그 가운데 어떤 형태의 꽃을 나라꽃으로 삼아야 할지 정확한 표준이 없어 아쉽다.(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님의 글 중에서)

무궁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 자란 나무다. 최근 들어 나라꽃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종(種) 보존을 비롯한 품종 선발 등의 연구와 실천이 적극 진행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나라꽃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연구는 모자란 편이다.

무궁화는 특히 일제 식민지 침략자들의 지독한 탄압을 거치면서 더 옹골차게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광복절이 되면 조국 광복의 기쁨과 함께 무궁화가 더욱 그리워지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고향 마을길을 걷다 보면 울타리에 핀 무궁화를 만나게 된다. 참 예쁘게 잘 피었다고 말을 할 때 할머니께서는 그 꽃은 ‘눈에피꽃’이니 만지면 눈병이 온다며 절대 만지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쳐 버렸는데 성인이 되면서 일제의 침략자들이 우리 민족의 얼을 없애기 위해, 민족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말임을 알았다. 잔악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식물이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은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민중 사이에서 무궁화가 민족의 상징이란 낌새를 알아챈 일제 침략자들이 온갖 구실을 만들어 무궁화를 탄압했다. 심지어는 손에 닿으면 부스럼이 생긴다 해서 ‘부스럼꽃’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모두가 터무니없는 소문들이었다.

여러 가지로 잔혹하게 이어진 무궁화 탄압은 거꾸로 우리 민중의 무궁화 사랑을 더 간절하게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침내 무궁화는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학교 재직 당시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무궁화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자율탐구 학습장 옆 공터에 무궁화나무 200여 주를 심어서 학습의 장(場)으로 무궁화 동산을 꾸미고,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꽃이란 것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의 정신을 무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수시로 교육하여 애국심을 발양(發揚)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전 국토에 무궁화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 들어 순국선열이나 애국지사 등 독립 유공자의 가족과 3대에까지 국가유공자 예우를 하겠다는 방침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온 국민이 나라 사랑에 앞장서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도록 강조하고 싶다.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침략자들에 맞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화(同化)의 대상으로 여긴 우리 민족이 이뤄 낸 나라꽃 무궁화의 장엄한 승리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침략의 역사 속에서 도도하게 피어 있는 무궁화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민족정신을 되돌아보면서 애국·애족하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라꽃 무궁화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