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박성열 광주전남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미·중의 패권 싸움과 대한민국
2019년 08월 26일(월) 04:50
국제 정치학에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용어가 있다.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한 역사가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3-404)은 그리스 반도 패권을 둘러싸고 스파르타와 아테네간 벌어진 30년 전쟁을 서술한 것이며,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기존 강국과 신흥 강국이 생존과 국익을 위해 경쟁하다가 결국 전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지칭한다.

이 용어는 하버드대 국제정치학자인 앨리슨(Allison)이 몇년 전 펴낸 ‘예정된 전쟁’(Destined War)이라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 이래 기존 강국과 신흥 강국간 대결 상황 16번 중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졌음을 갈파하면서 다시 알려졌으며, 최근 미중 간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제 전방위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오는 2050년에 세계 패권 국가로 우뚝 선다는 시진핑의 ‘중국몽’이 제시될 때부터 미국과의 첨예한 갈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미중은 관세 부과를 앞세운 무역 전쟁에 이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으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와의 INF(중거리 핵전력 협정)를 파기한 것도 러시아보다 INF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한반도는 미중 간의 패권 갈등이 상수가 되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비핵화 협상은 낙관하기 어려워졌으며, 아베 일본정부가 헌법 개정과 보통 국가화를 지향하면서 한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요즘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국민들도 뭔가 정세가 불안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투키디데스 함정의 핵심은 강대국간 경쟁 구도와 함께 전쟁을 촉발하는 약소국간 갈등이다. 그리스 도시 국가들의 양대 패권국이던 스파르타와 아테네간 전쟁은 각각 자신들에 속하던 조그만 도시 국가간 갈등을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럼 이 어려운 국면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전문가들은 힘의 논리가 핵심인 현실 국제정치에서 지도층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도덕적 중요성보다 정치적 결과에 초점을 둔 현실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언한다.

둘째, 국가의 핵심 이익은 생존과 국익의 보존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의 힘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 관계를 확고히 하고, 아울러 일본과는 경제적 갈등과 별개로 안보적 공조 체제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민 지배를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 규제에 나선 일본이 밉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 안정과 대한민국 안보 차원에서 대응 수위를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북한에 대해서는 돌발 행위를 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도발하는 것보다 협상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의 생존과 국익에 도움이 됨을 계속 설득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적으로 국론 분열을 막는 것이다. 국내적 갈등 요인은 대외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파는 지지 계층을 의식하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생존과 국익을 지키는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