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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빈 동신대 디지털콘텐츠학과 2학년] 남을 돕기 위한 작은 용기
2019년 07월 09일(화) 04:50
여름 방학에도 대학생들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폭염보다 뜨겁게 달리고 있다. 자격증이나 토익, 한국사 공부는 물론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같은 국제 행사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선후배들을 볼 수 있다. 봉사 활동도 기왕이면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될 수 있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한다고 느낄 수 있는 굵직한 행사가 더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규모가 큰 대회나 행사장을 찾았을 때 불친절하거나 성의 없이 일하는 자원봉사자를 만나 불쾌했던 기억이 종종 있다. 당연히 그 행사와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남아있을 리 없다. 봉사는 시작하는 의도보다, 그 활동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수련회 활동으로 요양원을 방문하게 됐다. 내 첫 봉사 활동은 자발적이지 않았기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었다. 말동무를 해드리고 밥과 간식을 가져다 드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쉬울 것 같던 일들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고 혼자 밥을 드시지 못하는 분들은 밥과 반찬을 입에 넣어드리면 절반 넘게 뱉어 내기도 했다. 이가 없어 제대로 씹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민폐였을지 모를 봉사를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안 흘리며 드실 수 있을까’ 고민을 한 끝에 밥은 숟가락에 조금씩 눌러 채워 드리고, 반찬은 여러 번 나눠 드실 수 있게 했다. 밥 한 숟가락, 반찬 한 젓가락에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다. 그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점심 봉사 활동이 늦게 끝났지만 ‘접때(지난번)보다 수월했다’는 할머니의 말 한 마디에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그때였던 것 같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마음과 자세가 봉사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처음 느꼈던 계기가 그날이었다.

또 하루는 비가 오는 날이었다. 평소 지나던 길이었지만 다른 날과 달리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우산이 없어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수레를 끌고 오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순간, 엄청나게 갈등했다. 내가 든 1인용 우산은 혼자 쓰고 가도 쏟아지는 비를 막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옷을 꽤 신경 써서 차려입은 날이었기에 절대 비에 젖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그 골목에는 나와 할아버지 사이를 한 발 앞서 걷고 있는 두 명이 더 있었다.

‘혹시’라는 기대와 달리 그 두 명은 할아버지 옆을 그대로 지나쳤고 그들을 뒤따라가고 싶었던 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난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가는 게 어렵고 무섭다. 도움을 거절당해 받았던 상처가 있었기에 ‘혹시 또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비를 맞으며 수레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를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수고로움과 신경 써서 입었던 옷이 흙탕물에 젖는 번거로움을 이겨낼 각오보다 그날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용기였다. 남을 돕기 위해선 아주 작은 용기가 필요했다.

봉사는 거창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봉사 활동의 목적과 의도에 매몰될 때, 우린 그 쉬운 사실을 참 쉽게 잊는다. 그리고 아주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용기를 내보자. 봉사 활동이라는 형식에 그치지 말고 성실하고 정성껏 그 시간들을 보낸다면, 우리도 뭔가를 더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