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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2040-김병수 위민연구원·광산구청 인권팀장] 저출산은 국가 재난이다
2019년 07월 01일(월) 04:50
2000년 초부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선포하고 정부가 저출산 극복 대책을 수립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국가 예산을 100조 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8로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수를 말하는데 보통 2.1명 정도가 되어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상태라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017년만 놓고 보더라도 사망자 수가 28만 명으로 70년대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반면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제외한 자연 인구 증가는 역시 70년 이후 최저치인 7만 명 정도에 불과해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후 소수의 젊은이들이 다수의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들이 발생할 전망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골목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70~80년대는 오히려 아이들을 너무 많이 낳지 말자는 캠페인까지 펼칠 정도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명목상 경제 지표나 생활 환경으로 보면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지만 그건 지표일 뿐 실질적인 국민들의 삶은 그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저출산 관련 지표 현황을 보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어지는 추세 요인보다는 일자리에 따른 사회 경제적 양극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소득 격차에 따른 혼인과 출산의 격차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도 높고 출산율 또한 높다. 지난 10년 동안 100조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도 오히려 출산율이 악화되니 이는 분명 정부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저출산 원인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보다는 처해있는 환경 개선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학자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저출산의 문제는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를 주된 원인으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자리 문제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고 단기 일자리가 다수를 차지한다. 소득의 격차는 선진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고, 자산 역시 갈수록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쪽에서 경제 성장을 외칠 때 다른 한쪽에서는 성장의 과실을 독점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출산의 원인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엉뚱한 방향으로 그 원인을 돌려 국고만 낭비해왔다. 아이를 낳고 교육시킬 수 있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리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안정되어야 한다. 더불어 부모 세대가 올려 놓은 천정부지의 부동산 값으로 집 한 채 장만하지 못 해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다.

출산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머문 터전의 환경이 극도로 나빠지면 출산을 포기하고 이동하는 게 생리인데 사람들이야 더 하지 않겠는가? 갈수록 이민자가 늘어나고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원인 또한 부의 권력이 소수와 수도권에 집중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저출산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2000년 초부터 발생해왔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난 20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저출산 문제를 마주해왔다는 결론이다.

이제 세계 1위의 최저 출산 국가 대한민국은 이 문제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사회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사망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진솔하게 마주하며 대응해야 한다. 재난 수준에 비유하는 건 그만큼 절박하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산모의 출산 비용과 양육비를 지원하는 대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청년 일자리 및 주거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일자리 정책은 저출산 문제와 연동해 일원화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소득과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고용 안정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