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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일신중 교감] 육아 시간과 솔방울
2019년 04월 23일(화) 00:00
은결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아직 두 달이 못 됐다. 학교 적응이 힘들었는지 감기를 심하게 앓기도 했다. 각별한 만남 때문인지 항상 웃는 얼굴이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시기여서 웃을 때면 앞니 빠진 입이 더 귄있게 보인다. 은결이 엄마는 우리 학교 교무부장 선생님이다. 은결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겨울 방학 때였다. 방학 중에도 업무 때문에 출근하면서 돌봐 줄 사람이 없을 때는 학교에 데리고 왔다. 엄마는 일하고 아이는 탁자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었다. 연필 스케치가 뛰어나고 종이접기, 글쓰기, 운동을 참 잘한다.

내가 사용하는 조그마한 교감실 벽에는 초상화, 종이꽃 등 은결이가 그리거나 만든 여러 작품들이 걸려있다. 오랫동안 이 순수의 터치를 걸어 놓고 보면서 나이 든 심신을 아이처럼 되돌아볼 생각이다. 꽃을 좋아하는 은결에게 할미꽃, 튤립, 다육 식물 화분을 선물했더니 절절한 연필 편지를 엄마 편에 보내왔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보고 싶어서 초등학교 교문에서 등굣길 은결이를 만나고 있다.

직장과 가정의 안정적 양립,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7월부터 ‘육아 시간 확대’ 등이 시행되었다. 특별 휴가 조항을 개정한 것이다. 만 5세 이하의 자녀를 가진 공무원은 1일 2시간의 육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최대 24개월이며 1시간 늦게 출근, 1시간 일찍 퇴근 등 하루 2시간을 필요에 따라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다. 교육 공무원의 육아 시간 사용은 학생들의 학습 지도, 생활 지도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육아 시간 시행 목적에 맞게 학교장이 대상 교원들과 협의하여 승낙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자녀 돌봄 휴가’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공식 행사 참여, 교사와의 상담, 병원 진료 동행에 사용할 수 있는 특별 휴가이다. 이 휴가는 연간 2일(자녀가 셋 이상일 경우 3일)이며 1일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나누어 쓸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러한 제도는 더 확대되고 적용 직종이나 범위도 넓혀야 된다고 생각한다. 출생한 아이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일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가 병행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제도가 그렇듯 시행하는 과정에서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드러난다. 육아 시간은 육아 휴직과는 달리 유연한 시간 단축 근무이기 때문에 대체 인력을 쓸 수 없다. 육아 시간을 사용하는 교사가 많은 학교의 경우 담임 교사를 정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육아 시간을 사용하는 교사들과 그렇지 않은 교사들 간의 갈등이나 업무 공백도 우려하는 실정이다. 육아 시간을 취지대로 실제 활용하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금년 들어 각 학교별 육아 시간 현황을 조사해 갔다.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종족 번식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햇볕을 엄청 좋아해서 극양수(極陽樹)에 속하는 소나무는 20여 년이 지나야 솔방울을 맺는데 토질이나 환경이 좋지 않으면 더 일찍 솔방울이 달린다고 한다. 대기 오염이나 공해가 심한 도심의 소나무, 바위틈을 비집고 힘들게 자리 잡은 소나무는 솔방울 크기는 작아지고 개체수는 많아진다고 한다. 갑자기 솔방울이 늘어나는 소나무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징표라고 한다. 감나무 주변에 약간의 소금을 뿌리면 감이 잘 열리고, 낙엽송 밑동에 상처를 내면 열매를 더 많이 맺는 것도 종족 번식의 경이로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인간은 반대다. 해마다 교실이 비어간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썼다는 말도 있고, 인디언들의 지혜에서 나온 속담이라는 설도 있는데 너무나 많이 들어서 식상하기까지 한 말이다. 이제는 이 문장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어렵다. 안전한 등하교,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체계적인 건강 관리, 대학 입학 제도, 일자리 창출 등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국가가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