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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열풍을 보는 우려의 시선
[장필수 편집부국장·전남본부장]
2019년 03월 27일(수) 00:00
전남 지역에 관광용 케이블카 설치 붐이 일고 있다. 설치 주체는 시·군 등 자치단체들이다. 경쟁적으로 설치에 나서는 것이 가히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뜨겁다.

가장 뜨거운 곳은 목포다. 목포는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 개통을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 두 차례 개통식을 연기한 끝에 5월초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목포시는 국내 최장인 해상 케이블카(3.23㎞)가 여수를 중심으로 전남 동부권에 치우친 전남 관광의 축을 목포 중심의 서남권으로 돌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도와 해남 사이의 바다인 울돌목에도 12월이면 해상 케이블카가 가동된다. 진도군은 올 여름 개장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콘도와 함께 울돌목 케이블카가 한반도 최남단 섬으로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수에선 미래에셋이 돌산과 경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 여수 해상케이블카(자산공원~돌산공원)와 연계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케이블카 열풍은 바다뿐만 아니라 산에도 불고 있다. 구례군은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최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 운동에 들어가기로 했고 담양군도 담양호를 가로질러 추월산과 금성산을 잇는 4.2㎞의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설치에 나선 데는 관광객 유치에 이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불쏘시개는 2014년 개통해 대박을 터뜨린 여수 해상 케이블카였다. 여수 케이블카는 국내 최초 해상 케이블카라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여수를 국내 제1의 관광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수 관광객 증가는 케이블카 효과보다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도로와 KTX 등 SOC가 확충되고 ‘여수 밤바다’라는 낭만 도시 이미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수 관광객 수도 2017년 1508만 명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지난해는 1365만 명으로 급감했다.

환경 파괴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우려를 낳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대박을 꿈꾸지만 예상이 빗나가면 쪽박을 찰 수 있고 고스란히 주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전국에 있는 22개의 케이블카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여수를 비롯해 네 곳에 불과하다. 더구나 통영에선 6개 섬을 연결하는 23㎞의 해상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사천·거제도 해상 케이블카를 개통하거나 계획 중이다. 전국이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는 상황에서 목포와 울돌목 등 전남 지역 케이블카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케이블카 설치 목적이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다면 이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관광 시설물 설치 경쟁에 나설 것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콘텐츠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

대전 계족산의 황톳길은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토 기업이 2006년부터 전국에서 2000여t의 질 좋은 황토를 구매해 돌산이던 계족산에 14.5㎞의 황톳길을 조성했는데, 매년 5월이면 맨발 축제를 찾는 관광객이 100만 명이 넘는다. 주말마다 무료 음악회를 열어 힐링족을 끌어모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화천 산천어 축제와 보령 머드 축제도 지역의 특성을 콘텐츠로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체험형 축제라는 공통점이 인기 비결인데 두 축제 모두 연간 18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도 20~30만 명에 달한다.

이제 단순 시설물 설치로 관광 활성화를 꾀하는 시대는 갔다. 초창기에는 반짝 특수를 누릴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반면 콘텐츠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입힌 관광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지나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