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의 ‘소설처럼’] 가만히 묻는 소설 - 김세희 ‘가만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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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특징과 실제 사례가 찰떡처럼 잘 맞는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출생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학률 세대이다. IT 기기에 SNS 등의 인터넷 환경에 지극히 익숙하다. 금융 위기 전후로 사회에 진출하였기에 일자리의 질적 저하를 체념적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연연해 하지 않고 쉽게 그것들을 포기한다. 대신 개인적 삶의 만족도, 다시 말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이런 특성의 청년을 만나러 뉴욕이나 런던까지 인터뷰를 떠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울 시가지 어딘가나 경기도 신도시 어디쯤에 혹은 광주 같은 지역 도시의 한쪽에 그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취업 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그것이다. 저금리 대출을 신청하는 신혼부부나 비정규직 및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다. 당신 주변에 있는 그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새로운 천 년의 희망을 안고 태어났지만, 앞 세대보다 가난한 확률이 높을 유일무이한 세대.
2015년 등단하여 최근 첫 번째 소설집 ‘가만한 나날’을 상재한 작가 김세희 또한 1987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기라 할 만하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표제작 ‘가만한 나날’은 네이버 블로그 마케팅을 주 업무로 하는 회사에 말단으로 취직해 제품을 홍보하는 일을 맡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가 숱하게 올린 포스팅 중 하나가 공교롭게도 ‘가습기 살균제’에 관련된 것이지만, 누구도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거나 병들게 할 것이라 예상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에게 남은 것은 약간의 죄의식,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자각이다.
그런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역시 책에 수록된 소설 ‘드림팀’은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일 팀장이 등장한다. 팀장은 진정한 워커홀릭이면서, 워킹맘이다. 사무실에서 늘 곤두서 있고, 야근은 일상이 되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 근데 자기도 알잖아. 한국 사회가 그렇잖아.” 주인공은 팀장에게 회사 일과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배웠지만 그와 비슷한 크기와 질량의 상처를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선배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감정 연습’에서는 그렇게 되어 가는 사람들이 복수로 등장한다. 북한과 가까운 파주에 근무하는 사람들, 북한의 위협이 농담으로 쓰일 만큼 전쟁 불감증이지만 실제로는 매일매일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거기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청년 세대의 지독한 불안. 그들이 연습하는 감정은 그런 사람이 되어 간다는 불안을 이겨 내려는 훈련에 가까웠을 것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선배들은 쉽게 말한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어떤 선배들은 준엄하게 충고하기도 한다. 진짜 어려움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미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세대의 고통과 불안이 있음을 ‘가만한 나날’은 여덟 편의 소설로 넌지시 보여준다.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을 직장, 그 직장을 다니기 위해 어렵게 얻은 두 평짜리 고시원, 집세를 아끼기 위해 결행한 동거….이들에게는 반성을 하고 싶지만, 죄의식을 나눌 선배는 없고, 꿈을 찾고 싶지만 길을 알려 주는 멘토도 없다. 이러한 세대에 ‘밀레니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차라리 극대화된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세계화와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밀레니얼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결국 ‘그런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건 슬픈 일일 테지만, 지금의 청년이 가만히 있는 것은 그들이 비겁하거나 패기가 없어서이기보다는 이미 그렇고 그런 기성세대의 책임이 클 것이다. ‘가만한 나날’은 가만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 책임을 나누어 묻는 소설이다.
<시인>
그런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역시 책에 수록된 소설 ‘드림팀’은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일 팀장이 등장한다. 팀장은 진정한 워커홀릭이면서, 워킹맘이다. 사무실에서 늘 곤두서 있고, 야근은 일상이 되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 근데 자기도 알잖아. 한국 사회가 그렇잖아.” 주인공은 팀장에게 회사 일과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배웠지만 그와 비슷한 크기와 질량의 상처를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선배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감정 연습’에서는 그렇게 되어 가는 사람들이 복수로 등장한다. 북한과 가까운 파주에 근무하는 사람들, 북한의 위협이 농담으로 쓰일 만큼 전쟁 불감증이지만 실제로는 매일매일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거기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청년 세대의 지독한 불안. 그들이 연습하는 감정은 그런 사람이 되어 간다는 불안을 이겨 내려는 훈련에 가까웠을 것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선배들은 쉽게 말한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어떤 선배들은 준엄하게 충고하기도 한다. 진짜 어려움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미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세대의 고통과 불안이 있음을 ‘가만한 나날’은 여덟 편의 소설로 넌지시 보여준다.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을 직장, 그 직장을 다니기 위해 어렵게 얻은 두 평짜리 고시원, 집세를 아끼기 위해 결행한 동거….이들에게는 반성을 하고 싶지만, 죄의식을 나눌 선배는 없고, 꿈을 찾고 싶지만 길을 알려 주는 멘토도 없다. 이러한 세대에 ‘밀레니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차라리 극대화된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세계화와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밀레니얼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결국 ‘그런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건 슬픈 일일 테지만, 지금의 청년이 가만히 있는 것은 그들이 비겁하거나 패기가 없어서이기보다는 이미 그렇고 그런 기성세대의 책임이 클 것이다. ‘가만한 나날’은 가만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 책임을 나누어 묻는 소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