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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망월동 영령들이 보내온 편지
2019년 02월 15일(금) 00:00
너무나 억울해서 억장이 무너집니다. 우리들은 계엄군들이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을 진압봉으로 구타하고 연행하는 것을 보았지요. 만류하던 우리들까지도 폭행을 했지요. 영문도 모른 채 두들겨 맞고 총칼로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다가 멎은 숨결이지요.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고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바로 망월동에 있는 우리 마음 그대로 이지요. 얼마나 우리들의 가슴을 쥐어짜던 노래인가요. 여기에 누워 있는 가녀린 여학생들까지 총칼로 쏘고 찌르던 무지비한 학살자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요. 사진을 한번 보세요. 이그러진 모습들,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을요. 우리는 역사의 거름이 되어 망월동에 있지만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서 역사를 지켜보고 있지요. 39년 전 시간은 정지되어 있지요. 우리들의 한과 절규는 피맺힌 통곡의 세월이지요. 봉오리가 피기도 전에 으깨진 모진 시간들이지요. 그동안 참을 만큼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망월동 무덤 안에서 말라버린 뼈들이 이렇게 웅크린 채 편지를 써 보냅니다.

우리들 무덤 앞에 엎드린 죄 없는 어머니들, 40년 가까이 아직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하는 응어리 풀릴 그날이 언제일까 되뇌이며 손꼽아 기다리는 그토록 야윈 밤들, 맺힌 한 그 매듭 언제 누가 풀어 줄까 했지만 오월만 되면 정치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떠들다가 돌아갑니다. 가방끈 긴 자들은 진즉 한자리씩 차지했구요.

전두환 신군부들이 자행한 짓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요. 최근 전두환의 파렴치한 짓을 보면서 치가 떨립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조비오 신부를 또 죽이는 일을 하고도 법의 심판이 두려워 치매가 있다면서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뿐입니다.

특히 이번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했지요. 김순례 의원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으로 일궈낸 자유 대한민국의 역사에 종북 좌파 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답니다.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한약사회 부회장으로 있을 때도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시체 장사’ ‘거지 근성’ 같은 글을 공유하면서 유가족이 ‘종북주의자’로 북한과 연결돼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기억합니다. 또한 지만원 씨는 공청회에서 여전히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어요. 지금도 지만원 같은 극우파 논객들과 일베나 극우 반공 집단들 사이에는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야만적인 망동을 두고 봐야 하는지요. 우리는 결코 무덤 안에서 추모식만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겁니다. 길가의 돌들도 소리를 지르며 일어날 것이며 하늘의 새와 꽃들도 떨쳐 일어날 겁니다.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은 당장 의원직을 내려놓고 망월동에 와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길 바랍니다. 자유한국당도 의로운 광주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만약 이번 망언을 가벼이 넘긴다면 공당으로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랍니다. 물론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지만원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겠지요. 촛불 혁명으로 조금이나마 억울함이 해소될까 했는데 갈수록 태산이네요.

해마다 오월이면 손에 손을 잡고 80년 5·18을 잊지 말자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건만 왜곡과 고통의 세월은 여전하기만 하네요. 더 이상 침묵하거나 좌절할 수 없습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