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전체메뉴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18년 12월 04일(화) 00:00
브라보([이탈리아어]bravo) : [감탄사] ‘잘한다’, ‘좋다’, ‘신 난다’ 따위의 뜻으로 외치는 소리.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면 관객의 진심 어린 ‘브라보’ 에 큰 기쁨과 위안을 느낀다. 연주자만 느낄수 있는 카타르시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거의 듣지 못했다. 혼자만의 무대에서는.

나는 대학에서 성악, 즉 클래식을 전공했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탓에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음악 선생님이었던 큰누나의 권유로 성악을 전공하게 됐다. 운이 좋게도 재수를 할 필요 없이 그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하지만 입학 후 나는 ‘남들에 비해 타고난 소리를 지니지 못했다’는 혼자만의 핑계를 대기 급급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해 노래는 제쳐두고 친구, 선후배들 등 많은 사람들과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졸업을 하게 됐다.

당연히 유학은 꿈도 꾸지 않았다. 시립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한 오디션을 보다가 운 좋게도 합격해 생에 처음으로 ‘월급’ 이란 것을 받고 노래를 하는 직장을 갖게 됐다. ‘꿈 없는 노래쟁이’에 불과한 나는 입단한지 4년이라는 시간을 또 방황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즈음 내 인생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나 혼자만의 무대는 스스로가 두려웠고,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고 날 불러주는 곳도 없었다. 수입은 많지 않았고 다가오는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했다. 그때 결혼식 축가 의뢰가 들어왔다. ‘남성 4중창 전식 축가’

매번 해왔던 일이지만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아! 나 혼자는 자신 없지만 함께 노래할 때는 내가 잘할 수 있는 파트가 있다. 그러고 보니 화음감은 남들보다 좋은 것 같고 특유의 친화력도 있고….’

갑자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나를 불러주는 곳이 없으니 내가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면 우리를 불러주는 곳은 많아질 것이란 기대도 생겼다. 그렇게 소박한 욕심을 품고 ‘친친클래식’이라는 연주 전문 업체를 만들게 됐다.

이때부터 내 음악인생이 제대로 시작됐다. 내 마음가짐도 달랐다. 정통 클래식을 포함해 ‘팝페라’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동료들과 함께 레퍼토리를 짜고, 다 같이 모여 고민하고, 노래하고,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잘하든, 못하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자연스레 축가를 비롯해 우리를 찾은 무대가 늘어갔다.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 노래한다는 것,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에 관객의 진심 어린 브라보가 터져 나오기 충분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렇게 함께 노래하는 앙상블의 묘미는 무엇일까? 중창이든 합창이든 함께 노래할 때 튀는 목소리가 많아지면 그 노래는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 부르는 사람이 더 크고 잘 들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거나 자신이 더 돋보이고 싶어 치고 나가게 되면 듣기 싫은 노래가 된다.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집중하며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개인의 연습이 반복되면서 각자 파트별로 음이 자리를 잡고 완성도를 높여간다. 마지막 연습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놀라운 하모니가 펼쳐진다. 서로의 눈을 맞추고 호흡을 맞추며 어우러지는 화음은 작지만 강한 감동을 준다. 이것이 무대에서 보여졌을 때 부르는 우리에게도, 듣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팝페라라는 장르를 다뤄 대단한 붐이 불었던 ‘팬텀싱어’와 아카펠라라는 장르를 다루는 ‘보컬 플레이’ 등이다.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로 각자의 개성을 녹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냈을 때 감동은 혼자 노래할 때와 다른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가 장·단점이 있고 그 단점을 얼만큼 서로가 보완해주며 장점을 살려주는가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을 많이 봤다. 꿈도 자신감도 없던 내가 혼자가 아닌 함께 노래를 하면서 꿈이 생겼고, 나도 잘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생겼다. 인생은 혼자가 아니라 진심어린 누군가와 ‘아름다운 동행’을 할 때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