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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 장성 백련동편백농원 셰프]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건 생각의 차이
2018년 10월 09일(화) 00:00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산다.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청년 시골 셰프’다.

어릴 땐 친구들과 뛰놀 수 있는 시골의 삶이 무척 즐거웠다. 그러나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수록 친구들은 이곳보다 도심으로 나가 놀길 좋아했고, 도시에서 직장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시골을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으로 여길까? 모두 도시로만 떠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던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기회가 많은, 문화 생활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은 게 도시다. 허나 조금만 다르게 보면 젊은이들이 모여 있고, 실력이 좋은 사람도 많으니 그만큼 또래간 경쟁이 심해 직장을 구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대학에서 요리를 배울 때도 “졸업하면 시골보다 서울 같은 도시에 나가 일을 배워라. 시골에서 해봤자 배울 게 별로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내 생각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말 시골에서는 배울게 별로 없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어릴 적 추억도 많고 즐겁게 놀던 시골을 왜 떠나려하는지 말이다. 경쟁이 치열한 도시와 달리 시골은 무궁무진한 자원을 품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된 시골에서는 노동력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부족해 좋은 자원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팔팔한’ 청년들의 노동력과 ‘젊은 생각’을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도시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사는 것보다 시골의 삶이 한결 더 여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의 축적된 경험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청년들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충분했다. 나는 동네 어르신들과 만나 “예전에는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서 드셨나요?” “이 나물은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죠?” “배추를 심었는데 아직 속이 안찼어요. 뭐가 부족했던 걸까요?”라며 끊임 없이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직접 해보면 알 수 없었을 ‘경험의 결과’을 쉽게 전수받을 수 있었다.

시골은 도시보다 배울 게 없다던 어른들의 말을 틀렸다. 시골의 어르신들은 젊은 청년을 보면 마치 손주를 마주하듯 반겨준다. 하나를 물어봐도 허투로 알려주는 게 없다. 그저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으로도 그들에겐 충분한 수강료를 지불한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 보니 요리를 전공으로 한 나에게 있어 시골은 더없이 좋은 배움의 환경이었다. 학교에서 기본기, 즉 뼈대를 형성했다면 고향 어르신들로부터 살과 근육을 덧붙인 셈이다. 도시에 나가 화려한 기술과 스펙을 쌓는 것과 달리 남다른 장점을 갖출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라 본다.

여기에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식재료다. 국내 식재료는 모두 시골에서 재배돼 도심지로 유통된다. 한식을 하는 나는 도시의 어느 요리사보다 신선하고 맛과 품질이 좋은 식자재를 그것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셰프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우리 식당을 찾는 단골도 많이 늘었다. 만약, 남들과 똑같이 졸업한 뒤 도시에 나가 일을 배우고 시작했다면 버텨낼 수 있었을까? 수많은 경쟁 속에서 빛을 내지도 못한 채 살아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주변 환경의 단점보다 장점을 살렸다. 어르신들이 어릴 적 드셨던 음식과 주전부리를 연구해 나만의 메뉴를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골 어르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우리 식당에서 소비해 어르신들의 농가 소득을 올려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내가 그분들께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성장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

청년들의 꿈과 목표는 비슷하다. 성공하고 싶다는 것. 나만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것. 성공을 향한 마음은 같지만 그 시작점이 다르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환경이 다르다고 단점만 있지는 않다. 다른 한쪽엔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은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자원이 될 수 있다. 단점 역시 장점이 될 수 있다. 일이 풀리지 않아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다고 틀린 길은 아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관점만 다르게 둔다면 분명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