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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국 광양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반달가슴곰과의 공존
2018년 07월 03일(화) 00:00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한반도의 대형 포유 동물이 사라지는데 일제강점기 때 시행된 ‘해수 구제’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제는 위험한 동물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호랑이, 표범 등 총 7만 여 마리의 야생 동물을 계획적으로 제거했고 반달가슴곰 역시 이 무렵 거의 사라졌다. 해방 이후에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계속 감소했으며 비싼 약재로 거래되던 웅담(곰의 쓸개)을 얻으려고 밀렵이 끊이지 않으면서 멸종 직전까지 몰리게 됐다. 반달가슴곰은 현재 천연기념물 제329호 및 환경부 멸종 위기 야생 생물 I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와 같이 멸종 위기종 반달가슴곰의 종 복원을 위한 2004년 지리산 방사 프로젝트가 숱한 어려움을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최적의 서식 환경 조성을 위한 나름의 경험이 축적됐지만 그러는 동안 지리산 반달가슴곰 서식 환경이 한계에 다다랐다. 올해로 14년차 꾸준히 펼쳐온 결과 현재 지리산 야생 개체 수는 56마리로, 기존의 목표치(2020년까지 자체 생존 가능한 50마리)보다 앞 당겨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서식 환경을 넘어섰다.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적정 서식 개체 수(78마리)보다 파악 되지 않는 개체 수(수신기가 없는 반달가슴곰) 까지 포함하면 그 보다 훨씬 많을 거라 판단된다.

반달가슴곰 야생 개체 증가에 따라 자연스레 활동 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지리산 주변 지역인 곡성과 광양, 경북 김천 지역까지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이런 현상을 감안해 지난 5월 4일 구례 지리산 생태탐방원에서 환경부, 국립공원 관리공단 주관으로 정부기관, 전문가, 지자체, 지역 주민, 시민단체 등이 함께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 구성 및 공존 선언식을 가졌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조기 달성 보고와 개체 관리에서 서식지 관리 전환으로 프로젝트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존 협의체 구성이 무색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5일 반달가슴곰 한마리(개체번호 KM-53)는 김천으로 3차례 이동하는 과정에서 고속도로 차량과 충돌 사고로 골절을 당해 대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해 광양 백운산에서 동면을 하고 활동하던 KM-55조차 올무에 걸려 사체로 발견됐다.

이런 현상은 지리산을 벗어난 반달가슴곰의 새로운 서식지 마련을 서두르지 못해 일어난 것이다.

멸종위기 야생 생물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증식·복원을 통해 한반도 생물종 다양성을 제고하고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멸종 위기 야생 생물 증식·복원 사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지속적인 보호 정책과 서식지 환경 조성·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서식환경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KM-55처럼 새로운 곰이 다시 인근 백운산으로 거처를 옮겨올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기 전에 지난 번 사고처럼 답습을 하지 말고 반갑게 환영해 줄 만한 선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인간과 함께 상생과 공존에 필요한 활동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 위험 요소 제거와 자연적 서식지 조성, 주민 대상 교육 홍보 강화, 피해 예방, 각종 정보 공유 등을 통해 공존 대응 체계가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해당 지자체와 민간 단체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체계적인 관리와 주민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또 다른 반달가슴곰이 우리의 곁에 다가와도 인간과 자연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공존 선언식에서 반달가슴곰과 공존을 위한 선언문에는 “함께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 비로소 우리가 되는 것이다. 별의 씨앗으로 우리가 왔듯이 지리산의 반달가슴곰과 하늘다람쥐와 히어리도 우리 안에 같이 살고 있다는 것. 백두대간과 정맥을 따라 남북을 오갈 것이다. 그일 사랑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반달가슴곰으로 인해 우리가 대자연 앞에 겸손해지며 향기로워질 것이다”는 구절이 담겨 있다. 반달가슴곰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건강한 자연 생태계가 활짝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