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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이번엔 제대로 심판하자
장 필 수
편집부국장·전남본부장
2018년 05월 16일(수) 00:00
다시 오월이다. 오월이면 광주사람들은 5·18앓이를 한다. 38년이 지났으니 상처가 아물 만도 한데 여전히 아픔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자명하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서가 이뤄지고 트라우마가 치유되려면 우선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데 그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나치의 사후 처리 과정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진상 규명을 한 후 책임자 처벌이 이뤄졌고 그에 따라 피해자 보상과 기념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5·18은 피해자 보상과 기념사업이 먼저였고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책임자 처벌은 할 수가 없었다.

물론 5·18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년 5·18과 관련된 첫 진상조사라고 할 수 있는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5년부터 1997년 사이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발포 명령자 확인 등 진상 규명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단지 그해 12월 대법원에서 전두환에게 내란목적살인죄를 적용했는데 이것은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 진입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전에 대한 책임만 물은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5∼2007년에는 국방부가 나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실체적 진실 규명 작업에 나섰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직도 미진한 5·18 진상규명



세 차례의 진상 규명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데는 노태우·김영삼 정권의 경우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 때는 5·18 관련자들의 증언과 군 기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탓이 컸다.

진상 규명 실패는 5·18 왜곡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 판결로 5·18에 대한 처벌을 모두 받았다고 생각했던지, 회고록을 통해 5·18 왜곡에 나서고 있다.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오는 28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5·18 항쟁 38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전두환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번이 진상 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고 그가 학살의 핵심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과거사 정리이자 역사 바로 세우기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5·18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5·18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한 것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다. 이전에도 5·18특별법이 있었지만 대부분 보상에 관한 법률이었다. 진상 규명을 목표로 내건 5·18특별법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5·18의 진실을 캐고 책임을 묻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방부가 5·18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밝혀낸 것도 소득이다. 오는 9월에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한다. 아마도 마지막 진상규명 기회라는 점에서 5·18진상조사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혀야 할 최우선 목표는 발포 명령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전두환의 분신인 장세동 특전사 작전참모가 5·18 당시 광주에 있었다는 증언이 또 다시 나오면서 ‘5·18 사전 기획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들은 1980년 5월 21일 금남로에서의 계엄군 발포가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집단 발포 5시간 전에 전투태세를 뜻하는 ‘진도개 하나’를 발령하고 이미 실탄을 지급했다는 사실도 군 문서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신군부는 그동안 특전사의 우발적 발포라며 꼬리 자리기로 일관했는데 군 문서로 확인된 만큼 공식적인 계통으로 발포 명령이 내려졌다고 봐야 한다.



5·18앓이 치유 유일한 처방은



발포 명령자와 함께 5·18의 난제 가운데 하나인 암매장 규모와 장소를 확인하는 것도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혀야 할 과제다. 최근 38년 만에 처음으로 폭로된 계엄군의 성폭행 사건 역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진상 규명의 ‘트리거’(Trigger, 방아쇠)는 28일로 예정된 전두환 재판이 되어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는 사자명예훼손 여부만 가리겠지만 이를 계기로 학살 책임을 규명해 제대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1995년 제정된 헌정범죄시효법과 5·18민주화운동법의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기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전두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서라도 필히 엄정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전두환 처벌과 진상 규명만이 5·18앓이를 멈추게 하는 유일한 처방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