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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최 재 호
편집부국장·경제부장
2018년 04월 25일(수) 00:00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여 동안 법정관리와 해외 매각을 놓고 지역 경제계를 뒤흔들었던 금호타이어가 해외 매각에 동의한 뒤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유동성 고갈로 밀렸던 임금과 협력업체 대금 등도 순차적으로 지급되면서 광주와 곡성 공장은 오랜만에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2016년 단체교섭 당시 만들었던 파업 광장을 1년 4개월여 만에 철거했다. 회사는 오랜 기간 경영 불안으로 흔들렸던 영업망 정비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생산성 향상 등 시장 경쟁력과 잃어버렸던 신뢰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경제의 중추이며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의 힘든 과정을 겪었음에도 왜 또 법정관리 직전까지 가는 최악의 위기에 내몰려야 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지 진단해 본다. 그동안 금호타이어 노사는 소통과 상생의 기본을 잊은 채 자기 목소리 내기에 급급해 왔다.

갈수록 심화하는 각국의 무역 전쟁 속에서 워크아웃 이후에도 해묵은 노사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시장의 신뢰를 잃어 갔다. 2012년 이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마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회사는 성장 동력을 잃어 버렸다. 계속되는 적자 누적으로 설비투자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결국,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금호타이어 신뢰 회복하려면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기본에 충실한 변화, 함께 나누는 성장’이 금호타이어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경쟁적으로 확산돼 국내 산업의 회복세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현안을 해결하고 성장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기본을 되짚어 보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순간만 모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근본적인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성찰이 없는 반복은 또 다른 적폐를 낳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기업의 위기를 결코 시장 환경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모든 기업에 주어진 시장 환경은 동일하다. 금호타이어의 위기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 부족과 생산성 하락 등에 따른 경쟁력 저하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진은 시장 환경을 정확히 예측·분석해 위기를 최소화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사원들은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금호타이어 노사가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해외 매각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금호타이어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최근 타이어업계의 매출 하락이 심화하고,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노조가 해외 매각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던 더블스타의 ‘먹튀’ 우려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본을 돌아보고 원칙에 충실하며 이를 바탕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잘못된 현장 문화 개선도 필요



금호타이어는 최근 경영 불안으로 흔들린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3대 경영 원칙’ 중의 하나인 ‘기본 충실’을 강조하며 사원들을 독려하고 내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두 차례의 내부 공고문을 통해 근무시간 준수, 생산 계획량 달성 및 품질 기준 준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및 사규 준수 등의 ‘기초질서 준수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제조업의 가장 근본은 현장이다. 현장의 기초 질서는 기본이자 의무이며 건강한 일터의 초석이다. 금호타이어 변화의 출발점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 ‘나부터’라는 새로 태어나는 마음과 자세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노사 대립보다 상생과 소통을 원칙으로 한마음이 돼야 한다.

더블스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일시적 경영 실적 개선이 되더라도 잘못된 현장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구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경영 위기는 언제든지 또 반복될 수 있다.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가 하나가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다행히 노조도 보도 자료를 통해 지역민의 여론과 언론의 조언을 새겨듣고, 회사와 지역 경제에 대한 책임 의식으로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출발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호타이어 노조는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못하게끔 감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완도가 낳은 세계적 골퍼 최경주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그립부터 점검한다고 했다. 골프와 사람이 가장 처음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그립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하나하나 점검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뜻과 일맥상통한다. 본립도생은 공자의 제자인 유자가 남긴, 논어에 나오는 말로 ‘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열린다’는 뜻이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가슴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말이기도 하다.

기사회생한 금호타이어는 그러나 경영 정상화까지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이제까지의 구태를 버리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