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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建築)은 누구 겁니까?
2018년 03월 28일(수) 00:00
[박홍근 건축사·포유건축 대표]
3년 전 4월, 필자가 참여하는 ‘동신포럼’에 모 지역 교육감께서 강사로 나오셨다. 강연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은 질문이 없는 우리 교육 현실과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당시 보여 주었던 동영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담 폐막식에서 미국 오바마 전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개최국에 대한 배려로 특별히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질문을 기다리는 오바마에게 한국기자들은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 사이 중국 기자가 아시아를 대표해서질문하겠다고 우겼다. 결국 그는 질문 기회를 가져갔고, 한국 기자들은 바라만 봤다.’ 질문 없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우린 일방향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받아들이기만 하고 질문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질문이 없다. 이는 생각이 잠시 멈추는 것과 같다. 상대방 정보를 받고 그대로 흡수하거나 소화시킬 수도 있지만, 사유(思惟)의 눈높이와 지식 량이 서로 다르기에 의문을 갖고 생각의 교환이 필요하다. 질문은 양방향 정보다.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으면 사유의 깊이가 보완되고, 더 강화되기도 한다.

질문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또 다른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질문을 한다는 것은 쌍방향 소통의 시작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질문이 넘친다. 특히 전직 대통령을 향해 ‘○○는 누구 겁니까?’를 계속 질문하고 있다. 질문을 계속하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답도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네 생활 환경과 행동을 제어하는 ‘건축’에 대해 질문해본다. ‘건축은 무엇입니까?’ 건축(建築)은 단순히 한자 의미의 ‘세우고 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축은 인간 삶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사는 방법을 조직하고, 시대와 장소에 합당하게 지어지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은 단순히 만들어진 결과로서의 구축물인 건물(building)과 구분된다. 건축(architecture)은 ‘건물’에 설계자의 조형 의지와 문화 예술적인 의미가 더해진 개념이다.

영국의 건축역사학자인 N.페프스너는 건물과 건축이라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차고(車庫)는 건물이고, 대성당(大聖堂)은 하나의 건축이다. 사람이 들어가는 데 충분한 넓이를 갖춘 것은 모두 건물이지만, 건축이라는 말은 미적 감동을 목표로 설계된 건물에만 사용된다."라고.... ‘건축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변의 실마리가 될 것 같다.

또 하나의 질문을 해본다. ‘건축은 누구 겁니까?’ 첫 번째는 건축주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축주라는 이야기도 한다. 건축주의 권한과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크기에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땅을 구입하고, 설계하여 건축을 짓는 사람은 건축주다. 주인이라는 것에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다 지어진 이후를 생각해 보자. 건축주만이 결과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가 따로 더 많이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소유자만이 주인일까?

두 번째는 공공(公共) 것이다. 건축이 완성된 이후 이용은 소유자만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다. 건축은 공공과 이용자의 생활 환경을 만든다. 건축은 도시를 만드는 요소들이다. 하나하나의 건축들이 모여 우리 삶의 공간과 장소를 만든다. 문화를 만든다. 이는 건축이 이용자 시민,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는 후손 것이다. 잘 만들어진 건축유산은 후손들의 먹거리 자산이 된다. 수천 년 전의 그리스 로마 유적을 보라. 수백 년 전의 인도 타지마할과 프랑스 에펠탑, 백여 년 전의 바르셀로나 가우디 작품들을 보라. 그리고 수십 년 전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라.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국가, 도시, 시민들 삶의 자산이 되어 있다.

건축은 누구 겁니까? 짓는 동안과 서류상을 제외하곤 공공의 겁니다. 후손들 겁니다. 땅 사고, 설계하고, 짓고, 세금내고, 부를 축적하는 데는 어느 개인이나 조직의 소유물이지만, 완성 후엔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거주자와 이용자 대다수가 시민이고, 도시 경관과 분위기, 경쟁력의 자산이 된다. 잘 지어진 건축은 도시의 유산이 되고 후손의 먹거리 자원이 되지만, 잘못 만들어진 건물은 부채로 남는다.

이런 소중한 ‘건축’을 잘 짓도록 모두가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문화로, 제도로, 참여와 배려로, 관심과 사랑으로 잘 지어지게 해야 한다. 삶을 위해 밥을 짓듯, 삶의 질을 높이는 건축을 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