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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아트페어 ‘잔혹사’
2018년 03월 07일(수) 00:00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백남준, 김환기, 이우환….

지난해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세계적인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름 아닌 ‘2017 대구아트페어’에서다. 미술계의 화제 속에 개막된 대구아트페어는 창설 10주년의 위상을 보여준 자리였다. 규모와 내용에서 여타 아트페어와 ‘급’이 달랐다. 국제갤러리 등 국내 메이저 화랑에서 부터 유수의 해외 화랑까지 101개에서 총 5000여 점이 출품됐다. 매출도 역대 최고치인 48억 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차별화된 기획력이 돋보였다. 주최 측인 대구화랑협회는 대구미술의 역사를 조명한 ‘대구 천재화가 이인성 특별전’과 청년작가 발굴을 내건 ‘청년미술프로젝트’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그 결과, 대구아트페어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지원을 받는 아트페어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물론 대구아트페어에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가 있었다. 2∼3년까지만 해도 비슷한 시기에 창설된 부산국제아트페어에 밀려 체면을 구겨야 했지만 대구화랑협회의 수장이 바뀐 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참가화랑의 3분의 1을 물갈이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작가한테 부스 사용료를 내게 하거나, 전시는 하지 않고 폐어에만 참가하는 ‘장사꾼’ 화랑을 배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광주아트페어(이하 아트광주)가 또다시 존폐기로에 처했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재단, 광주문화재단, 한국미술협회, 광주미술협회로 주관기관이 바뀌는 등 전담 조직과 마케팅의 부재로 ‘아트페어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주관기관 공모단계에서 주최 측인 광주시와 단독응모한 광주미술협회의 불협화음이 불거져 오는 9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내용은 이렇다. 광주미협은 2018 아트페어를 맡을 주관단체 공모에서 시가 예술행사의 특성을 무시한 깐깐하고 고압적인 행정을 일관했다며 공모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지난해 아트광주가 문광부의 평가에서 최하위나 다름없는 9위를 기록한 건 주관단체인 광주미협의 부실한 보조금 관리와 운영이 한몫한 만큼 엄격한 공모절차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아트광주는 민간주도로 열리는 타지역과 달리 국비와 시비 등 5억 원의 공적자금으로 치러진다. 때문에 공공성과 상업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전문성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단체가 주관해야 한다. 사실상 이번 광주미협의 보이콧으로 올해 아트광주의 운명은 광주시의 ‘손’으로 넘어갔다. 빠른 시일 내에 전국 공모에 들어가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지만 개막을 6개월 앞둔 촉박한 상황에서 역량을 갖춘 단체들이 응모할지는 의문이다.

새봄이다. 광주는 언제쯤이면 이 지긋지긋한 아트페어의 잔혹사를 끝내고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될까. 혹여 ‘무늬만 아트페어’에 이끌려 그동안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데 소홀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지역 작가와 컬렉터의 만남이 꼭 아트페어여야 되는 건 아닐 테니….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